[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월 600억 유로 규모로 집행되고 있는 자산매입프로그램(양적완화)의 미래를 내달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CB는 유로화 강세와 물가 상승 기조를 면밀히 관찰할 계획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AP/뉴시스> |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7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가을, 우리는 올해 말 이후 우리의 정책 수단의 조정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인플레이션의 예상 경로와 현재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지만 물가가 지속 가능하게 회복할 수 있는데 필요한 금융시장 여건을 염두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결정은 많고 복잡하며 다가오는 몇 주, 혹은 몇 달간 실현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날짜를 특정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아마도 이 같은 결정들은 10월에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결국 올해 말까지 지속하기로 한 월 600억 유로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축소해 나갈 것인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로존 경제가 최근 호조를 보이면서 금융시장에서는 ECB가 조만간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날 ECB는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1.5%로 유지했으며 내년 예상치는 1.3%에서 1.2%로 내렸다. 2019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1.6%에서 1.5%로 낮아졌다. 국내총생산(GDP) 예측치는 올해 1.9%에서 2.2%로 상향 조정됐으며 내년과 2019년 전망치는 각각 1.8%와 1.7%로 유지됐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의 성장 전망을 둘러싼 위험은 대체로 중립적"이라면서 "현재 긍정적인 순환 주기적 모멘텀은 예상보다 강한 경제 성장 가능성을 높이지만 전 세계적인 요소와 외환시장의 전개와 관련된 하방 위험도 계속해서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유로화 강세와 아직 불안한 기조 물가다. 드라기 총재는 "최근 환율의 변동성은 불확실성의 원천"이라면서 "환율을 모니터링 해야 하며 물가 안정에 대한 환율의 영향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환율을 목표로 정책을 운용하지는 않지만, 환율이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드라기 총재는 "환율을 (정책) 결정에 감안해야 한다"면서 "대부분 정책 입안자는 환율에 대해 우려했다"고 전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향할 것이라고 자신한다"면서도 "기조 물가가 상승했지만 여전히 가라앉아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상당 수준의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드라기 총재는 올해가 지나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기저효과와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ECB는 기준금리를 0.00%로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마이너스(-)0.40%와 0.25%로 동결했다. 성명에서 ECB는 "전망이 덜 우호적으로 변하거나 금융 여건이 인플레이션의 지속 가능한 조정을 향한 추가 진전과 맞지 않게 변한다면 정책 위원회는 양적완화의 규모와 기간을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기 총재가 내달 양적완화 조정 발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유로화는 강세를 보였다. 미국 동부시간 오전 9시 44분 현재 유로/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69% 오른 1.999달러를 기록 중이다. 장중 유로화는 1.2059달러까지 올랐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