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심지혜 기자] 조선·해운업계가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신북방정책'에 대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극동지역 개발에 적극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업계는 개발이 현실화될 경우 물동량이 늘어날뿐만 아니라 빙하길을 지날 수 있는 전용 선박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서둘러 상업성 여부의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러시아가 추진하는 극동 개발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는 한국이다. 이는 조선해운 협력은 양국 간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델이며 국제 해운의 환경을 바꿔내는 일”이라며 “특히 북극항로 개척은 너무나 가슴 뛰는 일로,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여는 신 실크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 전체세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 같은 발언에 대해 8일 국내 조선해운업계는 극동지역 개발에 대한 수혜 기대감을 나타냈다.
우선 현대상선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적극적으로 대응, 북극항로 개척이 미칠 영향에 대한 구체적 검토 작업에 돌입했다.
북극항로는 북극을 지나 러시아 등으로 향하는 항로로 우리나라에서는 러시아 영해를 통과해야 하는 비중이 높다. 현재는 유럽에 가려면 인도양을 거쳐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데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약 열흘 정도의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현대상선은 정시 도착을 필요로 하는 컨테이너선 비중이 높아 안정성이 높은 항로를 주로 택했다. 이번 개척이 적극적으로 진행될 경우 정기항로화 할 수 있을지, 컨테이너선 운영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등 상업성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북극항로 개척에 대한 러시아의 협조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북극항로 개척이 미칠 영향에 대해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물류연구본부장은 "극동지역 개발과 북극항로 개척은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조선·해운 수요를 높일 것"이라며 "유럽으로부터 수입해오는 에너지 자원이 많고 러시아 자원이 개발되면 추가 물량이 늘어 업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극동지역 개발에 있어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단순하게 조선, 해운, 물류 등 개별적 사안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자원 개발에 따른 물류 운반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항만시설, 자원이나 물류를 실어 나를 배 등이 동시에 가능해져야 실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현대삼호중공업> |
아울러 극동지역 개발과 북극항로 개척은 조선 업계에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유빙 지역에 강한 전용 선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일반 항로에서 다니는 배들은 유빙 충돌에 약해 활용하기 어렵다.
특히 쇄빙선(碎氷船) 건조 기술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최고로 인정받고 있어 혜택을 볼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세계 최초로 러시아로부터 10척의 쇄빙 유조선을 수주했으며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쇄빙 LNG선은 북극항로에서 상업 운용되고 있다.
또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느는 추세에서 현대중공업이 올 초 러시아로부터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유조선 4척을 세계 최초로 수주하는 등의 성과를 따내 향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자원이 개발되고 뱃길이 열리면 물동량이 활발해지고 항로에 맞는 전용선을 필요로 한다"며 "특히 러시아 배는 노후돼 오래전부터 신규 선박에 대한 발주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그 시기가 언제쯤이 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가 어렵지만 최소 3년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심지혜 기자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