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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민주 전문기자] 주름을 개선하고 미용을 돕는 '보톡스 황제주' 메디톡스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7월 27일 64만7000원으로 정점을 찍더니 지금은 55만원대에서 횡보중이다.
메디톡스 주가가 그간 거침없이 우상향해온 것은 환상적인 재무제표 덕분이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879억원, 영업이익 475억원, (지배지분) 순이익 374억원을 공시했다(이하 K-IFRS 연결). 전년동기대비 각각 46.0%, 34.9%, 26.7% 급증한 수치다. 증권가에선 하반기에 제3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실적이 더 가파르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사 추정치를 바탕으로 하면 이 회사는 올해 ROE(자기자본이익률) 45.6%, 영업이익률 54.7%의 진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메디톡스 2017년 상반기 주요 실적(출처 : 메디톡스 2017년 반기보고서) |
주주가 맡긴 1000만원으로 1년만에 무려 456만원의 이익을 만들어내고, 제품 판매가의 절반 이상을 영업이익으로 내는 상장사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메디톡스는 지난해에도 ROE 40.1%, 영업이익률 56.4%로 최고의 수익성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런 탁월한 성과가 메디톡스에게 오히려 도전이 되고 있다. 시장은 냉정하다. 시장은 기업이 과거에 얼마나 잘했는지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미래에 얼마나 더 잘할지에만 집중한다. 메디톡스가 과거 너무 잘해오다 보니 이전보다 '더 잘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신규 진입자가 발빠르게 시장을 파고들자 시장 참여자들이 메디톡스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의 주가는 향후 어떤 길을 걷게 될까.
미국의 월마트의 주가 추이를 관찰하면 시사점이 보인다. 미국 월마트와 한국의 메디톡스는 유사점이 적지 않다. 두 기업 모두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에 속해 있었고, 이 과정에서 경쟁자와 치열하게 '전쟁'을 벌였다. 월마트를 놓고 보면 메디톡스 앞에는 두가지 길이 예상된다.
첫째, 메디톡스가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종 승자로 결말을 맺는 경우다.
월마트는 1982년 5월 43센트에서 상승을 시작해 1996년 11월 11.88달러까지 14년에 걸쳐 무려 27.6배 상승했다. 이 기간에 월마트는 경쟁사 K마트와 치열하게 경쟁을 벌였지만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주가는 지속적으로 우상향했다.
1996년 11월, 미국 주식 시장 참여자들은 월마트의 주가(11.88달러)가 고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다. 이 회사의 그간의 주가 추이를 돌아보니 가파르게 상승해왔던 것. 그런데 실은 월마트의 당시 주가는 꼭지가 아니라 대상승 초입이었다.
1995년 3월, 경쟁사 K마트의 조셉 안토니니 회장 사임을 계기로 이 회사가 몰락의 길로 들어서자 월마트가 반사 이익을 누리며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됐다. 1999년 11월의 월마트 주가는 56.21달러로 3년여만에 373.1% 아찔할 정도로 급등했다(아래 사진 참조).
1980년 이후 월마트 주가 추이(출처 : 야후 파이낸스) |
만약 메디톡스가 보툴리눔(Botulinum) 시장의 성장과 함께 경쟁력을 유지한다면 지금의 주가는 대상승 초입일 수 있다.
둘째, 대체제의 등장이나 신규 진입자의 점유율 확대로 메디톡스의 성장이 더뎌지는 경우다.
2000년대 들어 월마트는 경쟁사 아마존의 등장으로 주가 조정을 겪고 있다. 아마존의 발빠른 시장 잠식은 월마트에게 위협적이며, 그러다보니 월마트 주가는 예전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메디톡스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보툴리눔의 대체제가 등장하거나, 경쟁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이 회사의 주가 탄력성은 훼손될 수 있다.
메디톡스의 ROE를 분해해 보면 이 회사의 고민이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ROE는 매출액순이익률(당기순이익/매출액), 총자산이익률(매출액/자산총계), 재무레버리지(자산총계/자본 총계)로 이뤄져 있는데, 올해 추정 실적을 기준으로 하면 이 회사는 각각 43.0%, 48.3%, 220%이다. 3가지 모두가 추가로 개선되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한 수준에 도달해있다.
이 회사가 더 잘할 수 있는지를 체크해보는 것이 이 회사 투자의 핵심 포인트다.
[뉴스핌 Newspim] 이민주 전문기자(hankook6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