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분석하듯 코스피 보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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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선엽 기자] "미국 기업들은 꾸준하게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 대기업은 대부분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에 주력한다. B2B 기업은 소수의 발주자에 의존하므로 경기에 민감하다. 미국 기업들과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최근 '인플레이션의 시대'(김동환, 김일구, 김한진 공저/다산 3.0)를 펴낸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뉴스핌이 만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당분간 반도체 호황을 누릴 것 같은데 지금이라고 사야 하는가.”, “한국 기업들은 왜 이렇게 주가수익비율(PER)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가.” 기자의 질문에 김 센터장은 미국의 주식시장을 분석한 틀로 국내 주식시장을 봤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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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김선엽 기자>

서점에서 미국의 유명 가치투자자의 책을 사 읽는다. 주변에서 저평가됐다는 기업을 추천받는다. 증권사 리포트를 읽어가며 혼자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를 결정한다. 기업의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실적과 별개로 주가는 통 오르지 않는다. 주식 초보자가 흔히 범하는 오류다.  

김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B2B 산업의 성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업체가 꼭 한국 기업의 반도체를 써야 되나? 그런 거 없다. 사양만 맞으면 된다. 하지만 애플이란 브랜드 이미지는 한 번 만들어지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 미국은 혁신에, 한국은 설비에 돈을 쏟는다 

미국의 기업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많은 투자를 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혁신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킨다. 그렇게 잘 구축된 브랜드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기업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다. "테슬라, 아마존, 페이스북 이 중 누구 하나 돈 잘 버는 기업 없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들은 주로 B2B, 즉 하청산업이므로 경기를 크게 탄다. "(글로벌 브랜드는) 삼성 갤럭시와 현대차 정도고 나머지는 B2B다. B2B는 지금 당장 실적이 좋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다. 경기에 민감하므로 불황이면 이익도 확 꺾인다. 따라서 한 두 사이클(cycle) 전체의 평균 이익으로 주가를 밸류에이션 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게다가 B2B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감행해야 한다. "설비 산업이란 게 그렇다. 애플이 부품을 아시아 기업에 하청 주는 것은 자신들이 못 만들어서가 아니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하기를 원하지 않아서다. 대신 자신들은 혁신의 이미지를 가져간다. 그런 기업만 미국에서 살아남았다"고 김 센터장은 말했다. 

한국 기업의 PER이 미국의 절반 수준에 머무는 이유다. 우리도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B2C 기업을 지향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내수시장이 제한적인 우리의 경제구조에선 미국 기업과 같은 전략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축구나 야구를 보자. 인구가 안 되니 비즈니스가 안 된다. 이런 작은 시장에서 미국 방식을 적용하면 안 된다. 중국과 일본은 그게 된다. 중국은 인구가 되니 B2B를 하면서 텐센트 같은 B2C 같은 기업도 나온다. 일본 역시 프로야구만 봐도 우리보다 훨씬 큰 시장이다." 

◆ 조선이 따라잡혔듯 반도체도 영원할 수 없다 

B2B 기업의 또 다른 약점은 추격당하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예산 제약이 없는 플레이어가 치킨게임에 참여하면 숨이 막힌다. 반도체 시장의 중국이 그렇다. 올 초부터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시작한 중국은 내년 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될 때까지 돈을 퍼붓는다. 메모리 쪽이 따라잡기 불가능한 기술이라서 그 동안 남들이 안 한 게 아니다. 그렇게 미래가 유망하면 왜들 도시바를 주도적으로 인수 안 하고 시간만 끌겠는가." 

그래도 기술격차가 있지 않을까. 과연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에 쉽게 따라잡힐까. 김 센터장은 "과거 조선업이 어땠는가. 중국이 따라오려면 몇 년 남았다고 했지만 어느 날 치고 올라와서 이렇게 됐지 않은가. 반도체도 지금 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시세는 근심의 벽을 타고 오른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는 한국 기업을 던질 때일까. 우리 기업의 미래를 냉정하게 분석하는 것과 투자자가 돈 벌 기회를 놓치는 것은 다르다. 

그는 “외국인은 한국을 우리처럼 그렇게 자세하게 보지 않는다. 한국 경제가 어떻게 될까 보다 펀드매니저는 각국의 시가 총액에 맞춰서 기계적으로 한국 주식을 산다. 어느 시장이 더 싼가. 미국이 올랐는데 신흥국으로 갈아타볼까, 이런 간단한 고민이다. 반면 우리 펀드매니저는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하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 중앙은행이 시장에 풀어 놓은 돈이 경제를 회복시키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실적 장세’와 ‘유동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인플레이션이 몰고 올 부의 재편에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시세는 근심의 벽을 타고 오른다. 주가가 이미 너무 많이 올랐고 세계 경제에 불안한 요인들이 많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포함한 IT 기업의 실적이 좋고 주요 주가 상승을 짓누르고 있었던 기업들의 지배구조 이슈도 소멸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코스피 목표지수대를 2500포인트로 높인 이유”라고 그는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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