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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소영 기자] 최근 중국에서 중국 경제의 '신주기(新周期)' 진입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중국 경제가 하방 구간을 벗어나 상승 구간 진입을 시작했다는 신주기론과 중국 경기 하방 압력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신주기'란 중국 경제가 2011년 이후 6년 동안 지속된 조정기를 마치고 새로운 상승 구간에 진입했다는 의미로, 중국의 '스타' 경제학자인 런쩌핑(任澤平)이 올해 2월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이다. 올해 들어 중국의 각종 거시경제 지표가 호조를 나타내면서 신주기론이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상반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의 실질 증가율은 6.9%를 기록했다. 산업 부가가치도 전년 동기 대비 6.9%(실질), 기업 순익 증가율은 22%에 달했다. 1~7월 전국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8.3%로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늘었다.
특히 소비품소매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4%가 증가했다. 가격 상승 요인을 고려해도 증가율이 9%에 달한다. 수출입 총액은 18.5%가 늘었다.
◆ 스타 경제학자 '신주기'론 설파, 6년 불황 끝 경기 반등 주장
중국 경제 '신주기' 진입을 주장하는 중국 유명 경제학자 런쩌핑 <사진=바이두> |
런쩌핑은 올해 8월 말과 9월 초 베이징, 상하이 및 선전 등에서 열린 각종 세미나와 포럼에서도 중국 경제의 '신주기' 진입을 자신 있게 주장했다.
런쩌핑은 지난 6년간의 불황 속에서 진행된 각종 개혁을 통해 중국 경제 구조의 여러가지 문제가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장의 '변속기'가 가속에서 저속으로 변환됐다고 덧붙였다. 양적 성장 시기의 높은 성장률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질적 성장기의 저속 성장 시기가 도래했다는 의미다.
그가 주장하는 '신주기' 진입의 논거는 크게 ▲ 생산량 과잉 해소 ▲ 수요 회복 ▲ 새로운 정치 주기 진입으로 요약된다.
런쩌핑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6여 년의 생산과잉 해소, 부채 관리 그리고 공급측 개혁의 영향으로 많은 부실기업이 도태됐다. 수요 개선도 뚜렷하다. 중국 수출은 2016년 하반기 이후 회복세로 돌아섰고, 민간 투자도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9월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19대 전인대를 통해 중국의 차기 권력 구도가 완성되는 것도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정치적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줄곧 중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봐왔던 모건스탠리도 런쩌핑의 신주기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싱쯔창(邢自强) 모건스탠리 중국 수석경제학자는 여러 차례의 인터뷰와 세미나 등에서 중국 경제를 낙관한다고 거듭 밝혔다.
싱쯔창이 중국 경제의 순항을 점치는 이유는 런쩌핑의 신주기론의 논거와 유사하다. 글로벌 경제의 회복 속에 중국 수출이 증가하고, 중국 3·4선 도시(중소규모 도시)의 소비 증가세가 뚜렷하다는 것. 또한 민간 기술기업 주도의 설비 업그레이드와 신규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 신중파, 경제지표 허점과 투자 저효율 문제 지적
그러나 바이충은(白重恩) 칭화대학 경영대학 교수는 중국 경제가 신주기에 진입했다고 낙관하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그는 신주기론 등 중국 경제를 낙관하는 전문가들이 근거로 제시하는 투자, 수요, 소비, 수출 지표 상승의 이면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투자의 효율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1~7월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8.3%가 늘었다.
이중 인프라 투자 증가율은 20.9%에 달한다. 인프라 투자는 정부가 주도하는 것으로 중국 경제 성장 유지를 위해 추진된다. 중국에서는 정부 주도 투자가 효율성이 엄격하게 고려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민간 투자 증가세도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1~7월 민간투자는 전년 대비 6.9%가 늘었고, 증가폭은 4.8%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작년의 낮은 기저효과와 해외투자 제약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바이 교수는 분석했다.
가파른 소비 증가세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불분명하다고 바이 교수는 밝혔다.
1~7월 중국 소비소매액 총액은 전년 대비 10.4%가 증가해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동시에 중국인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실질 증가율 7.3%) 역시 중국인 1인당 GDP증가율을 앞섰다. 이는 중국인의 소비 증가가 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또한 가처분소득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중국인의 인건비 상승이다. 인건비 상승은 기업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비소매액 증가를 단순히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소비 증가의 효과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바이 교수는 강조했다.
수출 규모 증가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면밀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수요 확대를 촉진하는 데 의미가 있는 수치는 순수출 규모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순수출 규모가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5%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9%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바이 교수는 "이상의 분석을 종합해볼때 중국 경제가 신주기에 진입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 노무라증권, 2018년 GDP성장률 6.2%로 하락 전망
한편 노무라증권은 중국 경제를 상당히 비관적으로 바라봐 눈길을 끈다. 이 기관은 중국 경기의 상승주기가 오히려 끝났다며 '신주기론'과 완전히 상반되는 의견을 제시했다.
노무라는 올해 중국 경제가 하방 구간에 진입하고, 향후 2년 동안 경제성장률 하락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오양(趙楊) 노무라증권 중국 수석경제학자는 "올해 하반기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폭이 소폭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후년부터 중국 경제의 리스크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2018년과 2019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6.2%와 6.0%로 시장의 일반적인 전망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내다봤다.
자오양은 중국 경제의 주요 리스크를 ▲ 부동산 경기의 가파른 하락 ▲ 자금조달 비용 상승, 총 유동성 증가 둔화 ▲ 지정학 정치적 리스크가 중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 등으로 꼽았다.
그는 최근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총수요 증가세 둔화로 PPI가 점차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부채율 축소와 그림자 금융 억제를 위해 긴축 성향의 통화정책을 지속하면서 유동성의 총 공급량도 충분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