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백현지 기자]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앞두고 상한제 대상 지역선정 기준이 세부지역별 집값·단지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같은 구라도 세부지역에 따라 아파트 매맷값이나 분양가 차이가 최고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도 1년 평균 분양가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지역'이란 조건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서다.
더욱이 이는 일부 과열지역만 골라 '정밀타격'한다는 정부의 이른바 '핀셋규제' 원칙에도 어긋나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마포구, 서대문구와 용산구의 경우 자치구내 세부 지역에 따라 집값 차이가 최고 100%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일 자치구란 이유로 함께 묶어 같은 규제를 적용하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8.2대책 후속조치'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 2.6%를 기준으로 연 5.2%이상 분양가가 오른 '자치구'는 분양가상한제 후보지역으로 선정될 수 있다.
서대문구에서는 북아현1-1구역을 재개발 한 북아현힐스테이트가 다음달 분양을 앞두고 있다. 북아현힐스테이트 조합원 분양가(전용 84㎡)는 5억8000만원선으로 일반분양가는 7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지난달 GS건설이 서대문구 남가좌동에서 분양한 DMC에코자이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5억1800만원부터였다. 단순히 숫자만 본다면 서대문구 아파트 분양가는 석달 새 20% 이상 상승한 게 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대문구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1596만원이다. 홍제동 아파트는 1346만원, 홍은동은 1132만원이지만 북아현동은 2294만원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같은 구라도 지역별로 가격 차이가 크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같은 서대문구라도 아현뉴타운과 홍제동을 동급으로 놓고 비교할 수 없다"며 "강남권에서는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분양가상한제 조건을 피해갈 수 있겠지만 서북권 재개발지역은 불가피하게 분양가상승률 조건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를 주변 집값보다 10%이상 비싸지 않은 선에서 책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실제 가이드라인은 5%이하로 알고 있는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잠실동의 부동산 밀집단지 <사진=김학선 기자> |
마포구도 동별로 집값 격차가 크다. 마포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2056만원이다. 이 가운데 용강동과 공덕동은 3.3㎡당 매매가가 각각 2607만원, 2208만원이지만 마포동은 1604만원, 노고산동은 1676만원이다. 마포구 역시 최대 80% 가량 집값 차이가 나는 것이다.
마포구 염리3구역에서도 '마포그랑자이' 분양이 예정됐다. 지난달 마포구 공덕동에서 분양한 공덕SK리더스뷰 3.3㎡당 평균분양가는 2358만원였다. 이 가격보다 5.2%이상 높게 분양가가 책정되면 마포구에서도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될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 용산구도 분양가상한제 지역 조건에 해당한다. 지난 7월 원효로1가에서 분양한 대명산업개발의 '파크뷰'가 3.3㎡당 평균 2536만원의 분양가를 책정했다. 8월말 분양한 용산국제빌딩 4구역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3600만원대다. 파크뷰보다 용산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 분양가가 약 40%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원효로와 한강로는 아파트 매맷값이 각각 3.3㎡당 2484만원과 2579만원으로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또 생활권도 어느 정도 비슷한 입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앞서 분양한 파크뷰는 총 55가구 규모 소규모 한 동짜리 주상복합아파트다. 반면 용산역전면4구역을 재개발하는 해링턴 스퀘어는 총 1140가구의 대단지라는 점을 감안할 때 '동급 비교'를 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강남4구 중 하나인 송파구도 동별 아파트 매매가 차이가 크다. 송파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2742만원이다. 이중 잠실동이 3.3㎡당 3802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마천동 3.3㎡당 매매가는 1538만원, 거여동은 1680만원으로 조사됐다. 집값 차이가 100%를 넘는 것. 같은 전용 84㎡ 아파트라도 잠실동과 마천동 집값 차이는 5억4000만원 이상이다.
이에 따라 거여동이나 마천동에서 아파트 분양을 한 뒤 잠실주공5단지가 분양을 한다면 곧바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게 된다.
송파구 신천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같은 송파구라도 강남권이라는 위상에 걸맞는 곳은 잠실뿐"이라며 "올해 잠실에서 분양예정 단지가 없는데 다른 지역에서 분양후 잠실에서 분양한다면 분양가는 10% 이상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이같은 일률적인 규제 적용은 애초 문재인 정부가 말했던 '핀셋 규제'와도 거리가 멀다. 국토교통부는 노무현 정부 당시 일률적인 규제 적용의 폐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급등 조짐이 보이는 지역만 규제한다는 방침을 내세운 바 있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급등지역만 골라내 규제한다는 이른바 '핀셋 규제'는 지구 지정도 어렵고 역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보니 편리한 구 전체 규제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런 '행정편의식 규제'는 주민들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