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김동연 부총리...힘 못쓰는 신중파 이미지 벗을까

본문내용

[세종=뉴스핌 이고은 기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수장 자리를 맡은지 오는 16일로 100일이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발탁된 김 부총리의 취임 100일은 앞선 경제부총리보다 숨가빴다. 취임 직후부터 '부자증세'를 원칙으로 한 문재인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과 '소득주도성장'의 뼈대가 될 첫 예산안 발표까지 기획재정부의 숱한 과제를 맡아야 했다.

그러나 세제 등 주요 현안에서 '신중'을 강조한 김 부총리의 말이 정치권과 청와대에 부딪쳐 힘을 못쓰는 상황도 벌어졌다. 북핵 문제에서 사용되는 용어인 '코리아 패싱(한반도와 관련된 국제 이슈에서 한국이 소외된 채 주변국끼리만 논의가 진행되는 현상)'에 빗대 '김동연 패싱'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 말 뒤집히고 인사 밀리며 '패싱' 논란

썸네일 이미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김 부총리는 정치인 출신 장관 사이에 몇 안되는 정통관료 출신 장관이다. 문재인 내각 1기에서 정통 관료출신 장관은 김 부총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뿐이다.

신중하고 온건한 중도 성향을 가져 진보성향 학자 출신이 다수 포진한 문재인 정부 내각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도 한다. '소득주도성장'의 필요성에 대해서 문재인 대통령과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보완할 공급 사이드 성장전략인 '혁신성장'을 거듭 강조하는 점 등은 그의 균형적 성향을 보여준다.

그러나 신중과 온건에 방점을 찍어도 청와대와 정치권의 개혁 요구에 밀려 말을 바꾸면서 체면을 구기는 일도 일어났다. 특히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 인상 문제에서 시장에 줬던 메세지를 번복한 일은 경제수장으로서 아픈 기억으로 남는다는 평가다.

김 부총리는 소득세와 법인세에 대해 여러차례 "명목세율 인상은 현 단계에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증세안을 제안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자 결국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조정하는 2018년도 세재개편안을 내놨다. 결국 "시장에 일관된 메세지를 주지 못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재부 내에서는 1급 출신들의 영전 자리가 번번이 밀리며 부처 내의 인사 적체 원망에 시달렸다. 기재부 1급은 다른 부서 차관이나 외청장으로 자리를 옮겨 인사 숨통을 틔워왔으나, 이번에는 조달청장을 제외하고는 기재부 출신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예산안 발표 직전까지 예산실장을 공석으로 둔 상태에서 비판이 일자 급하게 인사를 냈고, 전반적인 국·실장 및 과장급 인사는 지난주에야 이뤄졌다.

◆ 부동산 보유세·종교인 과세도 같은 길 밟을지 '시험대'

김동연 부총리는 최근 부동산 보유세 문제에서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세제개편안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문제와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와 같은 전철을 이번에도 밟게 된다면 '패싱' 논란에 불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김 부총리는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보유세를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사용하는덴 신중해야한다"고 말했다. 앞서 추미애 대표와 박광온 의원이 초(超) 다가구 주택 소유자에 대한 자본소득 과세를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던 것에 배치되는 의견이다.

내년 시행이 예정된 종교인 과세도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시험대' 중 하나다. 대부분의 국민이 종교인 과세 내년 시행에 찬성하고 있고 청와대 역시 지지하고 있으나, 일부 종교계의 반발이 거세고 재유예 법안도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하반기 조세특위를 포함해 앞으로의 증세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갈 것"이라면서 "김동연 부총리는 오히려 그립(타 부처에 대한 영향력)이 아주 강한 타입으로, 일각에서 나오는 '패싱' 우려는 기우라고 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

© 뉴스핌 & Newspim.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NDA TV

더보기>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