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엔화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헤지펀드 업계가 공격적인 하락 베팅을 펼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엔화 약세를 겨냥한 ‘숏’이 아니라 엔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이 대규모로 설정된 데 따라 데이터 상 하락 베팅으로 기록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엔화 <사진=블룸버그> |
13일(현지시각)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7월18일 기준 한 주 사이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 거래자들의 엔화 하락 포지션이 8만5000 계약을 훌쩍 넘어선 데 이어 최근까지 숏 베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한 주 사이 투기 거래자들의 엔화 하락을 겨냥한 베팅은 6만건을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특히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불확실성으로 급락한 파운드화의 하락 포지션인 3만8862계약을 훌쩍 넘어선 수치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헤지펀드의 ‘팔자’에도 엔화의 강세 흐름은 꺾이지 않았다 엔화는 연초 이후 달러화에 대해 6.3%에 이르는 상승 기록을 세웠다. 이는 2010년 이후 최대폭의 상승이다.
유럽 지역에서 연이어 발생한 테러 공격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수 차례 이뤄진 데 따라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엔화 매입 수요가 급증했다.
엔화의 브레이크 없는 상승에도 헤지펀드 업계의 ‘숏’이 멈추지 않는 것은 캐리 트레이드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레디트 스위스(CS)의 루커 샤마 외환 트레이딩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상당 규모의 엔화 숏 포지션이 포착되고 있다”며 “이면에는 투기 거래자들의 엔 캐리 트레이드가 펼쳐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캐리 트레이드는 자금 조달 비용이 낮은 특정 지역의 통화를 차입해 고수익률을 창출하는 자산을 매입하는 전략으로 수익률을 올리는 투자 전략이다.
연초 이후 이머징마켓 주식과 채권으로 자금이 홍수를 이룬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투자은행(IB) 업계의 판단이다.
투기 거래자들이 저금리의 엔화를 차입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신흥국 자산을 사들였다는 얘기다.
인도 루피화부터 남아공의 랜드화까지 주요 신흥국 통화가 연초 이후 달러화에 대해 5% 이상 급등한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와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데 투자자들이 의견을 모으고 있다.
뉴욕 소재 CC트랙 솔류션스의 로버트 사비지 외환 헤지펀드 헤드는 “루피화를 포함한 이머징마켓 통화를 캐리 전략의 일환으로 매입하고 있다”며 “상당수의 트레이더들이 엔화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엔화 상승세가 지속되는 데도 투기 거래자들이 엔화 차입을 지속한 것은 의아한 부분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을 추가로 단행할 가능성이 열려 있고, 이는 엔화에 하락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깔린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