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유미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박모 상무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뉴시스] |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13일 오후 10시 55분경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증거인멸 지시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였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영장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씨가 받고 있는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서 증거를 없애거나 위조, 위조한 증거를 사용하는 범죄다. 자신의 범행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없다.
KAI 수사 관련 구속영장 기각은 이번이 3번째다. 검찰은 5번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2번만 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은 박 상무가 KAI 회계 관련 수사가 시작되자, 분식회계와 관련된 중요증거를 골라내 부하 직원에게 이를 파쇄 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상무의 지시에 따라 부하직원은 KAI 회계에 관련된 문서 수십 장을 파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문서를 파쇄한 부하직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문서들이 KAI의 분식회계 관련 자료들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박 상무는 18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한국형 전투기개발 사업인 보라매 사업 업무를 맡은 임원으로 파악됐다. 박 상무는 고정익사업관리실장을 맡아 이 사업에 깊이 관여했다. 검찰은 수리온 개발 사업뿐만 아니라 보라매 사업과 관련해서도 분식회계 등 경영비리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앞서 검찰은 부품 단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방위사업청에 100억원대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는 KAI 공모 본부장을 구속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