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심하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난해 SK와 애경의 불법적 가습기 살균제 광고 행위를 형사 고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심사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보고서 의견을 무시하고 내부 심의 절차를 종료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환경단체는 공정위가 내부 심의 절차를 종료한 1주일 뒤 두 회사의 관련 공소시효가 지남으로써 공정위가 공소시효 경과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15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심하늬 기자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위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내부 심사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공정위가 2016년 7월 작성한 내부 심사 보고서에는 "(두 회사가)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는 광고행위를 하여 소비자의 인명을 사상하는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점을 고려하여,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책임자를 고발한다는 결론"이라고 돼 있다.
SK케미칼에는 250억원, 애경산업에는 8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 명령을 받았다는 일간지 공표도 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해 8월 24일 "제품의 인체 위해성 여부가 최종 확인된 이후 위법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심의 절차를 종료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측은 "가습기 메이트 단독 사용 피해자 5명이 2015년 4월과 2016년 8월 정부 구제대상으로 인정된 명백한 사실에 눈을 감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의 심의 종료 일주일 뒤인 8월 31일에 두 회사의 기망 표시 광고죄 공소시효가 지났다.
문제가 된 두 회사의 가습기 살균제 광고는 '산림욕 효과', '인체에 전혀 해가 없습니다' 등의 살균제 표기 내용이다. 이날 기자 회견에 참석한 피해자 박숙경씨는 "(이런 문구를 믿고) 가습기 살균제를 약처럼 썼다"고 말했다.
가습기 메이트 제품의 광고 문구. "산림욕 효과", "인체에 무해하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심하늬 기자 |
공정위의 이런 행위는 이은영 '너나우리(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대표가 공정위의 심의 종료에 대해 헌법소원을 진행하던 중 밝혀졌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8일 청와대에 초청돼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다.
이 대표와 함께 헌법 소원을 진행하는 송기호 변호사는 "공정위가 어떤 이유로 심의를 종료했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 헌법 소원을 진행하다 공정위가 헌재에 제출한 심의 보고서를 보고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공정위의 누가, 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이 문제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고 검찰에는 수사를 촉구하는 등 할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해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심하늬 기자 (merongy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