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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의 눈물] 12조 황금알 낳던 면세점, 사업 포기도 불사

기사등록 : 2017-09-1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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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롯데면세점도 14년만에 적자..사업포기 잇따라
특허 남발에 사드 보복 덮쳐..신용등급까지 '경고등'

<편집자주> 면세점 업계가 고난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보복이 장기화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5년마다 한번씩 특허 심사를 받아야 하는 규제와 높은 임대료, 특허 수수료 등도 업계의 목을 죄고 있다. 뉴스핌은 '면세점의 눈물' 기획기사를 통해 업계가 처한 현황과 규제의 문제점, 대책 등을 짚어본다. 

[뉴스핌=이에라 기자]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 업계가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5년새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덩치는 커졌지만, 사업자 선정 과정이 특혜로 얼룩진 데다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으로 1위 면세점 마저 적자에 빠지는 수난을 당하고 있다.

◆ 14년만에 적자..공항 철수 배수진까지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 규모는 12조3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34% 성장했다.

면세점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 늘어나면서 성장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1724만명) 중 약 47%가 중국인(807만명)이었다. 외국인과 내국인 매출 규모는 각각 8조8000억원, 3조5000억원이다. 

하지만 올해 면세점 시장 규모는 10조원대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4년만의 역성장이다.

지난 3월 중국의 한국 단체 관광 금지 조치인 한한령(限韓令) 시행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면세점 업계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7월 중국인 입국자수는 28만명126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3% 감소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중국인 입국자는 전년 대비 48.2%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2분기 298억원의 영업손실로 2003년 이후 14년만에 적자라는 충격적인 성적표까지 받아들었다. 한화갤러리아면세점과 두타면세점은 각각 150억원, 64억원 손실을 냈고, 신세계면세점도 44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신라면세점은 적자를 면했지만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47% 급감했다.

지난해 업계 빅 2인 롯데와 신라의 중국인 매출 비중은 60%를 웃돌았고, 서울 시내면세점도 70~80%를 차지했다. 제주 시내면세점은 90% 이상이 중국인 매출이었다.

이 같은 적자 속에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있는 공항 면세점들이 가장 먼저 백기를 들었다. 인천공항에서 제일 큰 면세점을 운영하는 롯데면세점은 최근 공항공사측에 임대료을 깎아주지 않을 경우 철수하겠다는 내용의 최후통첩을 했다. 임대료를 최소보장액이 아닌 품목별 영업료율에 따라 지급하도록 조정해 달라는 요청이다.

공항 면세점의 매출 40% 안팎을 임대료로 내야 하는데,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 수준의 임대료 구조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롯데면세점은 3기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 5년간 임대료의 최소 보장액으로 4조1400억원을 제시, 운영 3년차인 2017년 9월~2018년 8월에만 7800여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내야 한다. 임대료 조정이 없을 경우 올해만 2000억원, 5년간 1조4000억원 적자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한화갤러리아는 제주 공항 면세점 운영 사업권을 포기했다. 사드 보복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월 매출인 17~19억원 수준보다 더 높은 임대료(21억원)를 내면서까지 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 무분별한 특허 남발에 경쟁 치열..신용등급 위기

정부의 시내면세점 추가 발급 속에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적자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3년 시행된 일명 '홍종학법'으로 면세점 특허 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고 특허 만료시에는 원점에서 재심사를 받게 됐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면세점 사업권을 쟁탈하기 위해 5년에 한번씩 진흙탕 싸움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 7월 감사원이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일부 업체에 특혜가 돌아갔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면세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된 신규면세점 특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감사원은 2015년과 2016년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13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확인했다. 특히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부당한 점수를 받으며 두번이나 억울하게 탈락하는 아픔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두산과 한화갤러리아가 시내면세점의 사업권을 신규로 따냈다.

지난해 롯데면세점, 현대백화점, 신세계, 탑시티가 따냈던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에도 특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가급적 많은 특허를 발급하길 원한다는 사유로 4개의 특허권을 발급하도록 했고 관세청은 이 과정에서 기초자료를 왜곡, 추가 특허권을 발급하기도 했다.

무리한 특허권 남용과 사드 배치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면세업계의 신용등급까지 위기에 처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와 호텔신라의 등급전망을 각각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호텔신라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등급 전망을 하향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사드 보복 이후에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공(代工))이 늘어나긴 했지만 면세점의 수익성 부담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매출 보다 임대료, 수수료 등의 부담을 줄여 비용을 줄여나가는 쪽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우후죽순 특허권을 남발했다는 것이 면세점 업계의 현 위기 상황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면서도 "북한의 핵실험으로 사드 추가 배치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면서 사드 사태는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임대료 인하 등의 비용 절감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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