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신정 기자] 여야가 이번 주부터 다음달 12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위한 증인채택과 자료 요청안 등의 일정 조율에 들어갔다. 올해부터는 '묻지마' 증인 신청을 방지하기 위한 '국정감사 증인 신청 실명제'가 처음 실시돼 국감을 앞둔 국회의원들의 고민이 한층 깊어졌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각 상임위는 국정감사 계획서와 일정조율, 증인신청 명단 선별작업 등을 진행중이다.
이 가운데 갑질과 일감몰아주기 근절 등 다양한 재벌개혁 현안이 걸려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인터넷은행 및 '최순실 게이트' 쟁점이 아직도 뜨거운 금융위와 금감원을 담당하는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의 국감 증인신청 명단이 특히 눈에 띈다.
이번 국감에선 굵직한 쟁점들에 대한 공방이 예고되고 있어서인지 의원들은 증인 신청 명단 작성을 일찌감치 서두르는 모습이다. 정무위는 조만간 여야 간사별 의원 명단 취합을 거친 뒤 협의를 통해 위원장과 함께 최종 명단을 확정짓는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전날 삼성, KT, 다음카카오, NC소프트, 국민은행, 현대차, 삼표, 네이버, 금호아시아나 등의 사명이 적힌 국감 증인 요청 명단을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누가 나올 것인지는 적시되지 않았다.
채 의원실 관계자는 "원칙상 해당사항에 대해 답변을 할 수 있는 책임자를 증인 요청할 예정"이라며 "최종 증인신청 명단은 상임위 여야 간사와 위원장이 합의해서 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실에서 유포된 정무위 증인요청 목록에는 무려 47개 기관과 58명의 기업인 이름이 적시됐다.
대기업의 경우 현대차 정몽구 회장, 한진 조양호 회장, SK 최태원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KT 황창규 회장, LG 구본무 회장 등이, 금융권에선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 삼성증권 운용암 사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2016년 11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렇다보니 정치권 안팎에선 벌써부터 각 기업 대관업무 관계자가 의원실과 국회를 오가며 해당 사안에 대한 부연설명에 나서는 등 재벌총수들의 국감 증인 최종 확정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대기업 대관부서 관계자는 "국감 시즌이 되면 국회에 가서 동향과 분위기를 파악하는 게 주요 업무"라고 말했다.
다른 대관업무 관계자는 "국정감사 때마다 말 그대로 국정을 감사하는 게 아니라 기업들을 불러다 하는 군기잡기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국정감사 증인 신청 실명제'가 실시돼 증인을 누가 신청했고, 왜 신청했는지를 공개하게 돼 있다. '일단 부르고 보자'는 식의 증인 채택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실제 지난 2015년에는 국감 증인 기업인이 124명, 지난해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리면서 기업인 150여 명이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망신주기식 '묻지마' 신청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달 초 국감을 앞두고 상임위원장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이번 국감에서는 증인을 과도하게 채택하는 등 증인채택 남발이 되풀이돼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국정감사가 더 이상 각 정당 간 정치적 싸움으로 비춰져선 안되나, 최소한의 기업인 증인신청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감사는 국민의 이익 관점에서 봤을때 타당하느냐, 타당하지 않느냐는 관점보다는 각 정당 간 정치적 관계에 따라 국감이 이뤄진다는 인상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활동은 정치적 보장에서 이뤄진 경우도 있어 기업들이 정치적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해명하는 건 불가피하다"며 "시도 때도 없이 증인으로 불렀을때 기업의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지만 시대적 과제로 불가피한 점이 있다. (증인신청의) 범위 정도와 정치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