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4조5000억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에 본격 나서자 이에 따른 잠재적 파장에 월가의 시선이 집중됐다.
정책자들이 점진적이고 신중한 기조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융위기 당시 동원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9년만에 폐기한 데 따른 충격이 없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맨해튼 금융권 <출처=블룸버그> |
지난 20일(현지시각) 이틀간의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연준은 10월부터 대차대조표를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만기 도래하는 월 6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40억달러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 원금을 재투자하지 않는 형태로 자산을 줄인다는 얘기다.
채권시장의 ‘큰손’에 해당하는 연준이 자산 매입에서 발을 빼면서 장기 금리가 오르는 한편 일드커브 역시 가파르게 뜰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중앙은행이 미국 국채와 그 밖에 채권을 지속적으로 사들일 것으로 보이지만 파장을 진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준은 지난 2008년부터 은행권으로부터 국채를 포함한 증권을 매입했고, 은행권의 연준 예치금을 장부상 기록하는 형태로 결제했다. 그리고 해당 예치금은 대차대조표 상 연준의 부채로 기록됐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3차에 걸친 양적완화(QE) 과정에 은행권의 연준 예치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은행권의 전체 예치금은 2조3000억달러에 이르고, 이 가운데 2조2000억달러 이상이 초과 지준금으로 분류돼 있다.
내달부터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행하면 은행권의 초과 지준금 역시 줄어들게 된다. 해당 자금은 은행권에 양질의 유동 자산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충격이 우려된다.
금융위기 이후 대폭 강화된 규제에 따라 은행권은 위기 시 30일분에 해당하는 잠재 유동성 유출액 만큼의 유동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에 따라 초과 지준금이 줄어들면 특정 시점부터 은행권은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국채나 MBS와 같은 유동 자산을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금융시장 전반으로 연쇄 파장이 발생할 전망이다. 충격이 당장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가시화되기 시작할 때 상당 규모로 전개될 것이라는 경고다.
노무라 인스넷의 스티븐 추박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지난 2분기 미국 6개 대형은행의 소위 ‘양질의 유동 자산’ 규모가 2조1000억달러에 달했고, 이 가운데 8000억달러가 연준에 예치된 초과 지준금이었다”며 대차대조표 축소에 따른 잠재 리스크를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