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백현지 기자] "분당 LH 오리사옥이요? 덩치만 크고 쓸모도 제한적이라 관심 없어요. 구로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더 눈이 가네요" 22일 열린 공기업 종전부동산 매각 투자설명회에서 만난 한 부동산 관계자의 이야기다.
아직 팔리지 않은 종전부동산 15개 가운데 투자자들은 서울 구로구 구로동 한국산업단지공단(감정가 952억원), 경기 수원 국세공무원교육원(1163억원), 경기 남양주 중앙119구조본부(54억원)에 관심을 쏟고 있다. 가격도 높지 않은데다 건물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5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자산관리회사 젠스타에 따르면 지난 22일 개최한 '종전부동산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은 몸값이 낮고 건물 가치 상승(Value-add)이 가능한 종전부동산에 관심을 보였다.
종전부동산은 지방 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한 공공기관이 보유한 부동산 가운데 매각 대상인 부동산을 뜻한다.
120개 종전부동산 중 105개가 매각이 됐으며 아직 팔리지 않은 것은 15개다. 미매각 종전부동산 중 감정가액만 500억원 이상인 경우도 많다. 감정가액은 최소입찰가격인만큼 실제 매입가격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물론 유찰시 가격은 내려간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지하 3층~지상 15층 건물로 임대차 계약 승계로 공실위험이 낮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하철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과도 가깝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국세공무원교육원은 주변에 아파트 중심의 주거밀집지여이 있어 공공청사 폐지 후 아파트건설이 가능하다.
중앙119구조본부는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에 위치했으며 지하철4호선 당고개역까지 대중교통으로 5분 거리에 있다. 별내신도시 외곽에 위치해 각종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입지가 뛰어난 종전부동산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대체투자전문가는 "입지와 단가, 면적을 조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서울 마포구 신용보증기금(1010억원)과 서울 서초구의 한국인터넷진흥원(132억원)도 눈여겨 볼만하다"며 "투자시 연환산 내부수익률(IRR)을 10%대 중반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감정가만 4250억원에 달해 미매각 종전부동산 중 가장 비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당 오리사옥은 이날 투자문의가 한 건도 없었다. 지나치게 비싼데다 업무용 빌딩 아니면 활용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종전부동산 투자설명회 모습 <사진=백현지 기자> |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종전부동산은 우선 몸값이 저렴한 곳이다. 지난 1년간 매각에 성공한 종전부동산은 남양주 영화진흥위원회 촬영소(1003억)를 제외하고 서초 한국승강기안전공단(105억), 의왕 에너지경제연구원(250억)같은 100억~200억원대 건물이었다.
하지만 감정가가 비싸더라도 입지가 뛰어나다면 매입 후 건물가치를 높일 수 있다. 예컨대 1층에 브랜드 커피숍을 입점시키거나 안정적으로 장기간 임대료를 지불하는 임차인 위주로 구성할 수도 있다.
최근 부동산경기 호황에 힘입어 종전부동산 감정가격이 동반 상승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LH오리사옥은 지난 2012년 공매 당시대비 현재 감정가액이 20% 이상 뛰었다.
젠스타 관계자는 "규모가 큰 물건만 남아 기관투자자위주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개인투자자 문의도 많았다"며 "실제 임대수익률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 구체적으로 묻는 질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매년 종전부동산 투자설명회에 빠지지 않고 찾는 단골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는 게 젠스타 측의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