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국내 채권시장에서 하루 만에 외국인이 2조원 어치의 채권을 순매도했다. 미국과 북한이 거친 '말 폭탄' 대결을 벌이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대북 리스크를 이유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원화채권을 아예 팔아버리고 떠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것.
시장에선 매도 주체와 이유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미국 프랭클린 템플턴 펀드가 주로 팔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27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외국인은 2조원의 현물 채권을 매도했다. 외국인은 국채선물 역시 3년물 1만3661계약(1조4874억원), 10년물 1338계약(1658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종목별로 보면, 외국인은 잔존만기가 5~6년 남은 국고10년 비지표물 13-6(5900억원), 17-4(5000억원), 15-9(4000억원), 13-2(1500억원), 5년물 지표물인 17-4(5000억원), 5년 비지표 15-9(4000억원)등을 매도했다.
하나금융투자는 10년 비지표물 매도에 대해 템플턴의 매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짧은 기간에 대규모로 채권을 매도하고 며칠 후 다시 비슷한 규모로 재투자 하는 형태는 과거 템플턴이 원화채권을 롤오버 할 때 자주 보였던 패턴"이라며 "전일 매도된 10년 비지표물 대부분이 지난 7월 초 템플턴이 매수했던 종목이라는 점에서 이번 매도 주체는 템플턴펀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템플턴은 국내 채권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중 가장 '큰손'으로 꼽힌다. 만약 템플턴이 매도 주체인 경우, 추석 이후 재투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높아진 환율 변동성이 오히려 우호적인 재투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원화채권을 아예 포트폴리에서 뺏을 가능성보다는 재투자 가능성이 높다"며 "템플턴은 분기말을 맞아 포지션을 정리한 후 10월 중 다소 높아질 환율을 기대하며 추석 이후 재투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2조원 중 템플턴이 매도하지 않은 채권의 경우 외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만약 원화채권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던 중국, 스위스 등 중앙은행의 매도라면 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며 "반면 노르웨이 펀드의 매도라면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신흥국 채권 편출 과정이기 때문에 원화자산이 타게팅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