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광연 기자]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을 한미일 연합의 승리로 이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으로 떠났다. 후속 절차를 논의하기 위한 출국이다. 격렬했던 인수전끝에 도시바를 품에 안으면서 SK그룹의 반도체 전략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7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이날 오후 일본으로 출국했다. 오는 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만찬 참석에 앞서 일본을 전격 방문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SK그룹은 일본 출장 목적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한미일 연합의 컨소시엄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일본길에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인수전이 혼선양상을 보인 지난 4월에도 일본을 직접 찾아 해법을 모색한바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금액 2조엔(20조원) 중 3950억엔(4조원)을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1290억엔(1조3000억원)을 전환사채 형식으로 투자해 향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전환하면 의결권 지분율을 15%까지 확보할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심지혜 기자> |
시점을 감안할 때,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이사회 종료 후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인 투자금액과 향후 대응 전략 등을 최종 점검하고 출국했다는 의미다. 단순한 방문이 아닌 투자 후속 절차를 논의하기 위한 일본행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여전히 한미일 연합과 날을 세우고 있는 웨스턴디지털(WD) ‘리스크’가 이번 방문으로 해소될지가 관심사다. 도시바와 협업중인 WD는 조인트벤처 계약 위반을 이유로 매각 중단 중재 요청 의지를 밝히고 있다. 막판까지 진통이 예상되지만 인수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현지 반응이다.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이 마무리되면서 SK하이닉스를 축으로 한 SK그룹의 반도체 전략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5위(11%)를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3위인 도시바(16.5%) 인수에 따른 시장 흡수 효과와 ‘72단 3D 낸드’ 등 자체 기술력 역량까지 더해 1위인 삼성전자(35.4%)와 시장 선두를 놓고 자웅을 겨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확실한 반도체 ‘라인’을 확보하면서 SK텔레콤, SK㈜ C&C 등 신기술 분야에 주력하고 있는 ICT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SK그룹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베인케피탈, 도시바, 호야 등 다수 업체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 플레이어 중 하나다. SK하이닉스 또는 SK그룹이 전면에 나서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조율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계획에 대한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