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미국 동부와 남부 지역의 아파트에 투자하는 펀드를 검토하기도 했다. 투자 직전까지 갔었는데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쪽에 아쉽게도 밀렸다."
서울 강남 부자들의 부동산 사랑이 태평양을 넘어가고 있다. 강남 지역의 꼬마 빌딩에서 강북 지역 번화가로 거액의 자금이 이동한 데 이어 미국 부동산 펀드에도 뭉칫돈이 쏠리고 있다.
김지영 신한은행 강남 PWM센터 팀장은 2014년, 2015년 연속 행내 에이스 PB로 선정된 '고수'다. 130여 명의 신한은행 PB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이런 김 팀장이 보기에 요즘처럼 부자들의 부동산 사랑이 뜨겁게 달아오른 적이 없다. 서소문 동화빌딩 펀드, 영등포 타임스퀘어 오피스 펀드, 전주 CGV 고사점 펀드, 인사동 쌈짓길 펀드 등이 지난해 큰 인기를 얻은 부동산 사모펀드다. 김 팀장은 “최소 2억원이고 많게는 5억원, 10억원씩 투자한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공모형으로 출시된 티마크그랜드호텔 명동 펀드도 출시 하루 만에 동이 났다. 미래에셋 댈러스 부동산 공모펀드도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해 10월엔 신한금융투자가 미국 시카고, 휴스턴, 오스틴, 애틀랜타, 샬럿, 올랜도 등 소위 '제2 도시 그룹'에 위치한 아파트에 투자하는 상품을 검토했다.
◆ VIP 고객이 먼저 제안한 해외 리츠투자펀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밝은 PWM센터의 VIP 고객이 먼저 제안했다. 미국 리츠 회사의 우선주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배당받는 상품이다. 블랙록자산운용이 운용하고 국내에서는 NH-아문디자산운용이 상품을 만들면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하는 구조로 짜였다.
김 팀장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스텝업(step-up) 조항을 우리가 요구했는데, 미국 리츠 시장이 워낙 활황이다 보니 아쉽게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현지 투자자에게 밀려 투자가 유보됐다"고 말했다. 임대료 스텝업 조항이란 투자 시 약속한 시점(5년 또는 7년 후 등)에 부동산 매각(exit)이 되지 않을 경우 운용사가 투자자에게 종전보다 이자를 1~2% 더 올려주는 조건을 말한다.
비록 이번에는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비슷한 상품이 계속 출시될 것으로 본다. 그는 "요즘 미국 지역 아파트의 평균 임대율이 94~96%까지 나온다. (개인 임차인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소매시장의 공실 리스크가 매우 낮다. 현재 미국 대학 기숙사에 투자하는 상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아무에게나 부동산 펀드를 권하지 않는다. 그는 "부동산 펀드는 이익 배당을 얼마나 하느냐보다 부동산 매각이 잘될지가 중요하다"며 "다른 투자자가 이 부동산을 나중에 매입할 정도로 물건 자체가 매력적인지, 또는 우리 펀드가 인수하는 금액이 충분히 낮아서 나중에 원금 손실이 없을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부동산 펀드 수익률 천차만별...꼼꼼히 따져야
실제 국내에 공모로 출시된 부동산 펀드의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하나UBS클래스원특별자산투자신탁3은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단지 파이시티에 투자했다가 시공사가 워크아웃(기업 재무개선 작업)에 들어가면서 지난 5년간 수익률이 마이너스 56.78%를 기록했다. 반면 동양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동양강남대기숙사특별자산’은 5년 누적 수익률이 43.47%다.
김 팀장은 "PB의 조언을 받아 고객이 판단해야 한다. 무조건 현금 흐름이 좋다고 덤비면 안 된다"며 " '직접 부동산 투자를 할 때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부동산 펀드의 매력이지만 엑시트 문제가 있다는 점, 확정금리 상품이 아니라는 점 등을 고객에게 잘 고지해야 한다. 부동산 펀드의 리스크를 잘 이해하고 있는 고객층에게만 제안을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