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현 기자] '비정규직 제로(0)'를 공약한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위원회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환을 위한 심의위원회 구성 등 준비도 하지 않았다.
16일 금융위원회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금융위의 비정규직 사무원 수는 56명(전체 직원의 16% 수준)다. 지난 2015년 48명에서 소폭 늘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은 올해 3명이었다. 금융위는 1년 단위 계약으로 비정규직을 채용하는데, 2년 연속 일한 비정규직 직원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정부는 통상적인 정규직 전환보다 한층 강화된 정규직 전환 지침을 내렸다. 고용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를 근무 기간과 상관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무기 계약직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각 공공기관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정규직 전환 방식 및 규모 등을 논의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을 연말까지 완료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아직 심의위 구성도 하지 않았다. 금융공공기관과 민간 금융사에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던 금융위가 내부는 챙기지 않은 셈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는 구성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그간 해오던 정규직 전환보다 강도 높은 지침이어서 내부적으로 검토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당시 최 위원장은 9월 중으로 금융권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김학선 기자 yooksa@ |
이에 금융공공기관과 민간 금융사들의 정규직 전환 논의도 더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9월 중으로 금융공공기관들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아직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예금보험공사·중소기업은행·산업은행·한국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주택금융공사 등 7개 금융공공기관의 지난 6월 말 기준 비정규직은 6000명 규모다. 이들 중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꼽히는 기간제 근로자는 1000여명 정도다.
일부 금융공공기관은 자체적으로 심의위를 꾸려 정규직 전환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한 곳은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계약직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 보니 어디까지 전환을 해야 할지가 애매하다"면서 "물론 금융기관 내부에서 논의를 통해 직원들 간 공감대 형성을 해야겠지만, 금융당국에서 어느 정도의 기준을 마련해줘야 본격적인 대책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