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유미 기자] 유영하 변호사 등 변호인단이 모두 사임의사를 표함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올해를 넘길 수 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임이 확정되면 박 전 대통령은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데, 이들이 방대한 기록 숙지에 시간이 걸려 재판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 연장 후 처음으로 열린 8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재판에서 유영하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인단은 사임 의사를 밝혔다.
유영하 변호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무죄추정과 불구속재판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저희 변호인들은 더 이상 본 재판부에서 진행할 향후 재판절차에 관여해야 할 어떠한 당위성도 느끼지 못했다"며 "피고인을 위한 어떠한 변론도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사임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건 기록은 10만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비롯해 검찰 특별수사본부 1·2기의 수사 결과에 그 동안 80차례에 걸친 공판이 진행되면서 축적된 기록까지 더해지면 자료의 양은 이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법조계는 박 전 대통령이 새로운 변호사를 빠른 시일 내 섭외한다고 해도 방대한 수사·재판 기록을 모두 다시 숙지해야 하기에 재판 지연을 피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연내 선고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반드시 새 변호인을 선임하거나 법원이 지정한 국선변호인을 통해 방어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작심발언'에 대해 정치적 판단이 깔려있다고 평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변호인단 사임을 밝히며 법원의 구속기한 연장 결정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재경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해당 발언들에 대해 "정치적 쇼다. '핍박받고 있다. 억울하다'는 점을 보이려고 한 것이다. 재판이 깔끔하게 진행되고 재판 절차에 문제가 없는데 흠집을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단이 구속기간 연장이 위법하지는 않지만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을 물고 늘어져 지지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A 변호사 역시 "일종의 충격요법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강제로 변호인을 선임하라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이 경우 '불쌍하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