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삼성측이 '비선실세' 최순실의 존재를 모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로 한 승마 지원은 뇌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항소심 2차 재판을 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이날 재판에서는 삼성이 승마 지원을 위해 지급한 마필·차량 구입 대금을 뇌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2014년 9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이뤄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 당시 뇌물 공여에 대한 의사 합치가 있었기 때문에 이후 승마 지원 대금도 뇌물로 봐야한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이에 대해 삼성 측 변호인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맞섰다. 독대 당시 "삼성이 대한승마협회를 맡아 말도 사줘라"라고 한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말 소유권 이전으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이경환 변호사는 "말을 사주라는 것은 선수들이 타고 훈련할 수 있게 지원하라는 의미이지, 소유권을 넘기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삼성의) 마필 및 차량 구매 대금을 뇌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검의 주장대로 대가를 바라고 승마 지원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독대 당시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다.
권순익 변호사는 "청와대 관계자도 2016년 5월경에야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를 알게 됐다고 진술했는데 그 전부터 피고인(이재용)이 둘 관계를 알았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특검이 핵심 증거로 제시하는 안종범 수첩에도 최순실이나 정유라는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만일 최순실과 정유라 존재를 알았다면 첫 번째 독대 이후 10개월 동안 지원 조치를 취하지 않아 대통령에게 질책을 받았을 이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뇌물 공여를 숨기기 위해 승마 지원 용역 업체인 코어스포츠와 허위로 계약을 맺었다는 특검의 주장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권 변호사는 "승마 선수들이 해외 전지 훈련을 하기 위해선 현지에서 지원을 하는 용역회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실"이라며 "코어스포츠가 실제로 용역 업무를 실행했는데 허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필 소유권이 삼성전자가 아닌 최순실에게 속했다는 특검 측 주장에 대해서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검이 증거로 제시한 "말을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냐"는 최순실의 말은 오히려 말 소유권을 이전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또 그 발언 자체를 말 소유권을 달라는 요구로 해석하기에도 모호하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요구로 승마지원이 이뤄졌고 실제 용역 계약에 의해 지원이 이뤄졌기 때문에 뇌물죄나 해외재산도피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