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황세준 기자 ] 회의는 일주일에 한번만, 출퇴근은 자유롭게, 호칭은 직급 없이 '님'으로 통일, 회식은 술 대신 뮤지컬 관람으로...삼성전자가 떠오르는 이 회사는 스타트업 '룰루랩'이다.
"삼성전자에 있을 때보다 만족도는 더 높은 것 같아요." 최용준 룰루랩 대표는 회사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룰루랩은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사내벤처 지원 프로그램 'C랩'에서 올해 3월말 독립(스핀오프)한 신생 스타트업이다. 최 대표를 포함해 7명은 사용자의 피부를 분석해 맞품형 화장품을 추천하는 사물인터넷(IoT) 기기 '루미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코넬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의과대학병원에서 유전자 분석을 연구한 최 대표는 전공과는 달리 지난 2014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에 해외마케팅직군으로 입사했다.
그러나 사실 삼성전자를 지원한 건 신수종사업인 헬스케어에 관심이 있어서였다. 일하면서도 그 분야에 늘 목이 말랐다. 2015년 말 C랩 모집공고문을 보고 곧바로 지원했다.
"피부 데이터를 수집해 유전적으로 어떤지 분석하는 서비스가 시장에 없길래 사업 아이디어를 냈어요. 임직원 투표를 거쳐 아이템이 선정됐고 사내 구인을 통해 4명이 모였어요. 1년간 준비해서 올해 독립했고요. 삼성처럼 큰 조직에 있으면 작은 부분만을 맡게 되는데 그에 비해 스타트업은 직접 실행하는 재미가 있어요."
룰루랩의 '루미니'는 자외선 LED로 피부 표면뿐만 아니라 속까지 스캔한다. 또 영상 처리 알고리즘을 통해 사진 한장으로 모공, 주름, 색소침착 등 6가지 피부 항목을 분석하고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각 사용자에게 맞는 화장품과 서비스를 추천한다.
내년 초 기업용 버전을 정식 론칭하고 내년 말에는 소비자용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향후 피부 상태 변화를 측정해 질환 예후를 병의원에 알리는 기능도 탑재할 계획이다.
"화장품이나 시술 선택할 때 주변 지인 추천을 받거나 인터넷 정보 검색 많이들 하시는데, 과연 믿을만한가, 나한테 맞지 않으면 어쩌지 등의 고민들 하시잖아요. 루미니를 이용해 추천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어요."
기존 고정식 피부 분석기와 달리 루미니는 가볍고 사용이 편리하다. 눈코입 위치를 지정할 필요도 없다. 버튼 한번만 누르면 알아서 얼굴을 인식하고 분석이 끝난다. 추천제품으로 관리하면 앞으로 피부가 어떻게 변할지 예상 이미지도 보여준다.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곳은 프랑스와 미국, 중국 등이다. 지역별 판매 전략도 수립 중이다. 일본은 화장품 판매점, 중국은 스킨스파 비중으로 높이는 식이다. 주 타깃층은 20대 후반~30대 초반, 경제력이 있고 IT에 관심이 많은 여성이다.
본격적인 론칭을 앞두고 룰루랩은 개발자/비개발자 추가 채용을 진행한다. 3명 정도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 C랩이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선지 6개월여만에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다. 사업비전에 대한 자신감이 이같은 추진력의 바탕이다.
"론칭 전에 약 수만건의 피부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최근 부산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 텔레콤 월드 행사를 통해 각국 대사를 소개받아 해외 시장에 진출할 발판도 마련했어요."
사실 '루미니' 개발 과정이 순탄한건 아니었다. C랩 당시부터 현재까지 앱(App)을 수차례 갈아 엎고 새로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쌓기 시작한 건 독립하고 나서다.
"C랩도 인사권, 재무권이 보장되는 자유로운 환경이었어죠. 하지만 C랩 소속일때는 솔루션 개발에 집중했고 올해 4월부터 마케팅, 소비자 테스트, 데이터 확보 등을 본격 진행했어요. 현재 화장품의 성분, 제형 등의 데이터를 각 제조사들에 요청해 받아놓은 상태고 국내 유명 피부과 2곳과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룰루랩은 직원 출퇴근을 '원하는대로' 맞춰 운영하고 있다. CTO는 일찍 나왔다가 일찍 들어가지만 최 대표는 늦게 나와서 늦게 귀가하는 식이다. 회의는 일주일에 1번만 운영한다.
삼성전자처럼 호칭은 '님'으로 통일했다. 아울러 한달에 한번 문화 회식인 '룰루데이'를 운영한다. 지난달엔 스타필드하남 체육관 '몬스터짐'에 모여 운동을 같이했다. 이달엔 삼성 블루스퀘어서 뮤지컬을 관람했다.
"우리가 일하는 원칙은 하나에요. '이것을 왜 하는지'에 대한 공감이에요. (스타트업으로서) 앞으로 난관들이 많을 걸 알지만 피부 데이터로 뷰티 시장을 연결한다는 비전을 공유하면서 즐겁게 일하면 성공할 것으로 확신해요."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