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내달 5대 그룹 전문경영진과 재회동을 예고한 가운데 삼성에서는 참석자를 두고 고민이 깊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퇴진 선언으로 총수 대행 역할이 빈 상황에서 공식 인사 전 대체자가 참석할 경우 '포스트 권오현'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3일 재계와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에 따르면 최근 대한상의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에 김상조 위원장과의 회동에 참석할 명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김 위원장으 내달 2일 서울 중국 대한상의에서 5대 그룹 전문경영인을 만날 계획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 간담회. <사진 = 뉴스핌DB> |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각 기업들에 참석 인원을 묻는 공문을 보냈고 의견을 모아 최종 일정을 조율하게 될 것"이라며 "내달 2일로 확정된 것은 아니고 내달 초쯤으로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만남은 지난 6월 롯데를 제외한 4대 그룹 대표와의 정책간담회에 이은 2차 회동이다. 재계에서는 김 위원장이 강조한 재벌 개혁과 중소기업과의 상생 활동에 대한 진행 상황을 중간 점검하려는 취지로 풀이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평소 "4대 그룹이 12월까지 긍정적인 변화의 모습이나 개혁 의지를 보여주지 않을 경우 구조적 처방에 나설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6월 회동에 참석했던 경영인들이 다시 나올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삼성은 권오현 부회장의 퇴진 의사로 누가 참석할지 불투명하다. 앞선 회동에선 권 부회장을 비롯해 정진행 현대차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 사장이 참석했었다. 롯데에선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
일단 삼성 안팎에선 권 부회장이 다시 참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기로 한 이상 회사를 대표하는 자리에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권 부회장은 지난 13일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DS)부문 사업책임자에서 자진 사퇴하는 동시에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의장직은 임기가 끝나는 2018년 3월까지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겸직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예정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회사 얼굴로 역할이 커지면서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공정위 회동에 참석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사퇴 의사를 밝힌 인물이 나오면 정부에서도 탐탁치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 부회장은 총수 부재로 혼란에 빠진 삼성전자를 이끌면서 리더십을 보여 왔다. 그룹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대관 조직을 없애면서 그 역할을 대신한 것이다.
실제로 권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정부 행사에 삼성을 대표하는 얼굴로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을 방문해 민간 경제외교 활동을 펼쳤고 김상조 위원장,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잇따라 만났다.
후임 인사가 나기 전이라 대체자에 대한 고민도 높다. 권 부회장을 대신해 나가는 인사는 '포스트 권오현'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경우 연쇄적인 인사에 대한 밑그림도 드러날 수 있다. 현재 공식적인 인사 전에 여러 임원들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삼성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일각에선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이 당분간 삼성전자의 간판 역할을 하며 총수 대행 역할까지 이어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3명 중 한명으로 권 부회장 다음으로 연장자인 1953년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재한 비상 상황에서 일단 기존 인물이 권 부회장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중요한 자리에서 신중하면서도 필요할 때 할 말은 하는 스타일로 신뢰감이 높다"며 "윤 사장도 경험이 많은 경영인"이라고 말했다.
내달 2일 전에 인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권 부회장에 대한 후임자 인선이 빠르면 이번 주에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재계에선 권 부회장 자리를 이어받을 신임 DS부문장으로 김기남 반도체총괄사장이 거론된다. 권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외길을 걸어온 '정통 엔지니어'라는 점에서다.
김 사장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까지 겸직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그는 51세던 2010년 종합기술원장에 올라 최연소로 사장단에 합류했고 2013년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부 사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 내부에선 부사장급의 사장 승진을 통해 단독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한편, 사장단 및 임원 인사와 관련해 회사 측은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