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전선형 기자] 중국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미국판매 부진으로 고전해 온 현대자동차가 대안 시장으로 동남아와 유럽을 택했다. 점증적으로 중국과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 내 다양한 판매영역을 확보하겠다는 의중이다.
수출용 현대차 선적 모습 <사진=현대차> |
2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 '아세안(ASEAN)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했다. 아시아 자동차 시장 전문가로 꼽히는 정방선 현대차 아·중·아실장(이사)이 TF 팀장을 맡았다.
TF팀원에는 동남아 시장 경험이 있는 직원들이 투입됐다. 시장조사와 해외정책, 해외상품 등을 담당하는 인력 생산기술 프로젝트팀과 제품기획팀, 글로벌 구매지원팀 인력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세안 T/F 설립한 것은 맞다“라며 ”급성장하는 동남아 시장을 아세안 T/F를 통해 체계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동남아시아에 눈길을 돌린 큰 이유는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시장 대안을 찾기 위해서다. 중국 시장은 사드 보복으로 인해 지난 3월부터 판매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특히 현대차의 중국 판매 비중은 20% 수준으로 높아 글로벌 판매량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동남아시아는 최근 자동차 판매량이 증가하며 잠재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2020년 아세안 10개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480만대를 기록해 세계 6위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4.2%로 추정했다.
또한 현대차는 유럽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고급차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하고, 신차를 출시하는 등 판매 확대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유럽법인의 마케팅&제품 담당 상무로 BMW 마케팅 전문가인 안드레아스-크리스토프 호프만을 영입했다. 호프만 상무는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28년 동안 근무한 마케팅 베테랑으로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고급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았다.
앞으로 호프만 상무는 현대차의 유럽 내 비전인 ‘로드 투 2021’ 전략의 핵심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로드 투 2021는 현대차가 향후 5년 내에 30개의 새로운 모델을 유럽시장에서 출시해 입지를 더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시장은 최근 현대차가 중국, 미국 등에서 부진하면서 회사 내부에서 중요성이 더 커진 상황이다. 올 1~8월 현대차는 유럽에서 지난해보다 3% 증가한 33만5918대를 팔며 순조로운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사진=김학선 기자>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유럽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덴마크, 스페인을 비롯해 올해 들어서만 네 번의 유럽 출장길의 올랐다. 모두 현지 점검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올해 중국과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며 “동남아와 유럽시장을 대안으로 삼고, 다양한 경영전략을 펼치며 위기를 극복하려는 모습이다”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