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김겨레 기자] 삼성 측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짜깁기' 서류 증거 조사에 반발했다. 애초 법원이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내용을 임의로 편집해 법정에서 공개했다는 지적이다.
장상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일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인에 대한 항소심 4차 공판에서 "증거를 편집하면 곤란하다"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형석 기자> |
문제가 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휴대폰 번호였다. 특검이 이날 법정에서 공개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통화 기록에 이재용 부회장의 이름과 번호가 포함됐다. 하지만 애초 증거로 채택된 안 전 수석의 통화 기록에는 '이재용'이라는 이름 없이 번호만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측 변호인은 "통화 기록 증거를 현물 그대로 공개하면 되는데 특검이 임의로 증거를 편집해 공개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특검은 "서류 증거가 방대해 필요한 부분만 프레젠테이션(PT) 형태로 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재판부가 "실제 서류 증거와 특검의 PT 내용이 다른지 비교해보겠다"고 중재하자 특검팀은 "원본에는 이름 없이 번호만 적혀있는 것이 맞다"며 "해당 부분을 가리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해당 PT를 건너뛰도록 했다.
이재용 부회장 외에도 장충기 전 삼성미래전략실 차장(사장)과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의 문자메시지 역시 의미가 왜곡됐다고 변호인은 주장했다.
변호인은 "문자 메시지의 진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전후 맥락은 물론이고 연결된 맥락을 같이 봐야한다. (특검이 제출한) 문자 메시지의 상당 부분은 의미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문자를 편집해서 그것만 의미를 부각시키거나 객관적 의미를 넘어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공소 사실과 관계없는 메시지까지 공개해 피고인 개인에 대한 이미지를 나쁘게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며 "그 재판 진행 과정에서 추가적인 내용이 확보되면 참고하고, 아니더라도 (이재용 재판은) 그 상태로 끝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번 재판은 1심이 아니라 항소심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증거 조사 방식은 곤란하다"며 "앞으로는 증거를 제출하고 요지와 입증 취지만 간단하게 설명하라"고 당부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