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전격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선 이번 이광구 행장 사임을 놓고 '결자해지'라는 분석과 동시에 금융권 수장 교체의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권 전반에 일파만파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일 이광구 행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의 2016년 우리은행 신입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임의사를 밝혔다. 이 행장은 직접적인 사임 배경에 대해 채용비리 논란에 대한 행장으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언급했다.
이 행장은 전체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신입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우리은행 경영의 최고책임자로서 국민과 고객님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도의적 책임을 지고 긴급 이사회 간담회에서 사임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광구 행장이 최근의 상황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면서 우리은행 경영의 신속한 정상화를 바라고, 검찰 조사 진행시 성실히 임한다는 생각에서 사임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지난 1월 연임에 성공한 이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김학선 기자 yooksa@> |
이번 이 행장 사임의 결정적인 배경이 '우리은행 채용비리' 문제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 행장은 오래 전부터 거취 문제를 고민했다는 전언이다. 다만 지주사 전환, 조직 안정 등을 놓고 사임 시기를 저울질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광구 행장이) 채용 논란 이후 도의적인 책임을 느꼈지만 조직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사임하는 것이 맞는지, 더 혼란스러워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한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꼬리자르기 얘기가 나오면서 더더욱 행장직 수행에 고민이 컸다. 사임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조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주사 전환 마무리 때문에 직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 행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생각하는 성품"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행장은 한 달 전에도 임원들에게 차기 회장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행장은 지난달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기 내 지주사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을 뿐 지주사 회장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주사 전환 뒤 은행장을 누가 해도 관계없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그간 경험을 토대로 이번 이 행장의 전격 사임에 금융당국의 시그널이 영향을 주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행장의 사퇴가 추가적인 금융권 CEO 교체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통상 채용 문제로 (행장이) 사임하지는 않는다"면서 "이번이 신호탄이고 일괄 정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김용환 NH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