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중국으로 이동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다. 세계 2대 강국 지도자들의 만남을 앞두고 외신들은 미국 내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최근 장기 권력 굳히기를 마무리 지어 강해진 시 주석을 비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블룸버그통신>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과 주요 법안 처리 성공 없이, 선거 캠프의 자문과 정부 관료들이 러시아와 연루 의혹을 조사받고 있는 가운데 중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는 시 주석의 경우 지난달 19차 당대회에서 수십 년간 가장 강한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WSJ는 이같은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서 머무르는 36시간의 틀을 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D.C. 소재 뉴아메리칸시큐리티의 아시아 정책 전문가 미라 랩-후퍼는 WSJ과 인터뷰에서 "이 지도자들은 권력과 현재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의 명확성 측면에서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으로 향하면서 그는 홈코트 어드밴티지로 시 주석이 권력 절정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대통령 전용기에서 시 주석이 엄청난 정치적 성공을 누리고 있다는 한 기자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은 "실례지만 나도 그렇다"면서 사상 최고치로 오른 주식시장과 17년간 최저치로 떨어진 실업률, 중동 지역에서의 이슬람국가(IS) 억제력 등을 언급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덩샤오핑과 마오쩌둥 이후 중국의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시 주석이 자신의 지위를 승격했으며 당과 중국에 대한 지도력을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국내 정치 수렁에 빠져있으며 모든 방면에서 비난과 도전을 받고 있어 지난 4월 플로리다에서 가진 미중 정상회담 때보다 약해졌다는 평가다.
미국과 전 세계 권력을 나눠 누리길 원하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의 지도자들이 미국 대통령과 동등한 권력을 추구해왔다면서 시 주석은 그 이상의 것을 원한다고 진단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경우 이에 동조하는 것을 거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더 자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했지만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거의 숭배하는 듯한 표현을 써가며 북한의 핵 사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세력으로 중국 정부를 승격시켰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강화된 권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선임 중국 애널리스트를 지낸 크리스토퍼 존슨은 WSJ에 "강한 권력의 불리한 면은 제도 안에서 비판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논쟁에서 이 점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의 관계를 다시 구축할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