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가전업계가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光棍節)를 기점으로 중국 사업 전열 재정비에 나선다. 업계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관련 보복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14일 동부대우전자에 따르면 광군제 기간인 지난 11일 하루 동안 벽걸이 드럼세탁기 '미니'를 3만2000대 판매했다. 미니는 세탁용량 3kg, 두께 30.2cm인 소형 세탁기로 벽면 설치가 가능에 공간 효율성이 높은 게 특징이다.
이 회사는 3만2000대를 17시간 만에 '완판'하면서 광군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2만대를 판매했던 지난해보다 60% 증가한 성적이다.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 동부대우전자 벽걸이 드럼세탁기 '미니' 신제품 론칭 행사장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경하는 모습 <사진=동부대우전자> |
이종훈 동부대우전자 중국영업담당은 "현지 싱글족들을 겨냥한 미니의 인기가 온라인으로 이어지면서 이번 판매 신기록을 달성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사드로 얼어붙었던 중국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회사는 고무적인 상황이다. 광군제로 분위기를 확인하면서 중국 진출 5년차를 맞는 내년을 앞두고 현지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우선 1~2선 도시에서 단독매장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대하던 것에서 나아가 3선 도시로 진출할 계획이다.
2013년 중국에 진출한 동부대우전자는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베이징, 상해 등 대도시 중심으로 전용 매장을 확대해왔다. 현재 300여 개 매장을 확보한 회사는 중소형 규모의 3선 도시에도 현지 양판점 등을 통해 현지 네트워크를 넓힐 예정이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기존 속도대로는 아니지만 해안가 3선급 도시로 진출하기 위해 유통망 확대를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3선급 도시에선 온라인 구매가 활발한 만큼 온라인 쇼핑몰 판매도 강화한다. 지난 9월 오픈한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티몰과 타오바오에 전용관을 활용해 다양한 프로모션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연계 마케팅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포화된 국내 시장을 넘어 중국 시장을 공략했던 밥솥업계도 기대감이 높다. 사드 여파로 주춤한 밥솥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리는 한편 신사업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쿠첸은 유아용 가전 제품으로 내년 중국 시장 다각화를 타진하고 있다. 현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제품 스펙 등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 중이다.
국내에서 가습기, 이유식 밥솥, 분유 포트 등 유아 가전 제품을 판매한 경험을 살려 중국 프리미엄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복안이다. 쿠첸과 현지 합자회사를 설립한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그룹의 2500여 개 유통망도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쿠첸 관계자는 "밥솥의 경우 유커(중국인 관광객) 방문이 늘어나고 있지만 회복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며 "유아 용품 중국 진출 전략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쿠쿠 <캡쳐=징동닷컴> |
쿠쿠는 밥솥 사업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홈쇼핑 방송을 재개한 이후 광군제를 기점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사드 보복으로 한국 제품의 홈쇼핑 방송 불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후 3개월 만에 홈쇼핑 방송을 재개한 쿠쿠전자는 목표 대비 170% 판매를 달성했다.
광군제 프로모션 이후 이달부터는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손잡고 티몰, 쿠쿠 중국 공식몰, SNS 웨이보에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 수준으로 광군제 목표 매출을 잡았는데 이를 뛰어넘었다"면서 "사드 분위기 완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매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어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