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전선형 기자] “여러분, 제가 이 시커먼 먼지를 깨끗한 공기로 정화시켜 보겠습니다.” 해외 로케로 촬영된 것 같은 1분 남짓한 영상. 영상 속 연구원으로 보이는 남자는 거무튀튀한 먼지로 가득 찬 커다란 풍선을 차와 연결한다. 그리곤 차에 시동을 걸고 차 배기구 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배기구 끝에는 공기가 빠진 쭈글쭈글한 풍선이 바닥에 펼쳐져 있다. 풍선은 금세 부풀어 올랐다. 그는 칼로 풍선을 살짝 찢더니 풍선 속으로 얼굴을 넣었다. 그의 안경은 수증기가 껴 하얗게 변했다. 그러곤 그는 말했다.
현대차가 여의도에 마련한 수소차 체험관인 수소전기하우스.<사진=현대차> |
“이 차 한 대가 연 1만5000km를 운행하면 성인 2명이 1년간 마실 수 있는 공기가 됩니다. 이건 영화 속 일이 아닙니다. 수소차가 이뤄내는 현실입니다!”
자동차 업계에선 수소차를 친환경차의 종착점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중화가 진행 중인 하이브리드(내연엔진 + 전기모터)와 전기차도 결국엔 수소차로 귀결된다는 것. 수소차는 차량 내 고압탱크에 저장한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만들어낸다. 이 전기로 모터를 돌려 차를 움직인다. 부산물이 물밖에 없기 때문에 진정한 친환경차로 평가받는다.
◆ 수소차 100만대 운행되면 소나무 3억여 그루 심는 효과
특히 수소차는 환경을 정화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수소차 한 대가 1km를 달리면 미세먼지를 최대 20mg 저감할 수 있다. 만약 수소차 100만대가 운행되면 연간 21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하고, 이는 30년생 소나무 3억2000만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수소차의 전기 생산 능력도 뛰어나다. 수소차 10만대가 보급되면 원자력발전소 1기 분량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약 33만가구(3㎾ 가정용 발전기 기준)의 전력 사용량에 해당한다. 충전시간도 짧다. 전기차는 2~5시간의 충전시간이 소요되지만 수소차는 10분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415km)까지 거뜬하게 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수소차를 구현하는 기술은 매우 복잡하다. 특히 수소를 집약시키는 기술과 수소전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기술 등은 최고 수준이다. 이 때문에 수소차를 개발하려는 자동차업체가 많지 않다. 현대차, 토요타, GM, 닛산, 혼다, 포드 등이 현재 수소차를 개발하고 있으나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현대차와 토요타 정도다.
현대차의 경우 1998년부터 수소차 개발에 착수해 전 세계 자동차 업계 최초로 2013년 수소차를 생산했다. 바로 앞서 언급한 1세대 수소차 투싼이다. 투싼 수소차는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100㎾급 연료전지 시스템과 2탱크 수소저장시스템(700기압)이 탑재돼 있고, 1회 충전으로 415㎞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2세대 수소차 한 번 충전으로 580km 주행
현대차 수소차 내관.<사진=현대차> |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대차는 2세대 수소차를 더욱 업그레이드했다. 8월 공개한 2세대 수소차는 한 번 충전으로 580km를 간다. 종전보다 주행거리가 160km나 늘어났다. 최대 출력도 기존보다 약 20% 증가한 163마력(PS)까지 키웠다. 이는 동급 내연엔진 자동차와 비슷한 성능이다.
또 섭씨 영하 30도 기온에서도 시동이 걸려 추운 날씨에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수소차 상용화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했다. 현대차는 이 차를 내년 1월에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전시할 예정이다. 이날 차량 제원도 상세히 공개된다.
아직 대중화에 미치지 못한 수소차를 개발하는 건 사실 고행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차 수소차 공개 날 만난 한 직원의 말이 떠오른다. “몇 년 전만 해도 친환경차가 이렇게 각광받을 줄 몰랐는데, 어느새 친환경차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회사 내 기대도 커졌어요. 기대가 큰 만큼 정말 잘 만들고 싶었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남는 거 하나 없이 만들었습니다. 오직 미래를 위해.”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