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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시대①] 한국인, 죽음을 이야기하다

기사등록 : 2017-1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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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존엄사법 시행으로 관심 증가
“닥치는 게 아닌 미리 준비하는 것”
‘삶의 질 향상과 직결’ 인식 확산세
‘잘 죽는 게’ 중요…관련 산업 성장

[뉴스핌=황유미 기자] 생자필멸(生者必滅) “살아있는 것은 반드시 죽기 마련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것 이상의 확실한 진리는 없다. 그런데도 생계유지에 치이거나 혹은 삶에 대한 집착으로 죽음을 준비하기는 쉽지 않다.

‘죽음’에 대한 고민과 대비는 남은 삶의 질(質)을 높일 수 있는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생의 끝을 고민하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삶의 가치 중 우선 순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서는 2000년대 ‘웰빙’(Well being·잘 사는 것) 바람이 분 이후 최근에는 잘 죽는 것, ‘웰다잉’(Well dying)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죽음과 관련된 사업 역시 성장세를 보인다.

웰다잉은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면서 평안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죽음을 갑작스럽게 ‘닥치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대신, 스스로 미리 준비함으로써 ‘맞이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웰다잉에 대한 관심 증가는 고령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죽음’도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또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한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내년 2월부터 불필요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존엄사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죽음 준비에 더욱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시·도에 등록된 상조업체 대상 가입자와 선수금은 2012년 이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상조사업 자체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2012년 5월 상조업체 가입자는 총 351만명이었으나, 2014년 4월 378만명, 올해 3월 483만명으로 증가했다. 선수금 규모 역시 2012년 5월 3조2400억원에서 2017년 3월 4조220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자체들은 죽음을 준비하는 웰다잉 프로그램을 앞다퉈 마련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는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인생 그래프 그리기’, ‘엔딩노트·버킷리스트 쓰기’ 등으로 구성된 웰다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올해 하반기부터 ‘웰다잉 문화조성사업’을 본격 추진 중이다. 웰다잉플래너 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체험 교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영정사진 촬영, 유언장 작성, 입관 체험 등을 통해 죽음을 미리 느껴볼 수 있는 ‘임종체험’ 역시 인기다. 효원상조의 사회공헌사업 일환으로 운영되는 효원힐링센터의 ‘힐-다잉(Heal-Dying)’ 체험은 2012년 12월 시작된 이후 5년간 1만7000여명이 다녀갔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를 맞았던 일본의 경우에는 장례 서비스,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슈카츠(終活·종활) 등을 포함한 죽음 산업의 규모는 연간 5조엔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용문 효원힐링센터장은 “지금까지 우리는 죽음을 터부시하다가 이제야 (존엄사 등) 죽음에 대한 얘기들이 논의되니 고민을 시작한 것 같다”며 “지금까지 우리는 물질적인 목표에만 꽂혀서 살아왔는데 이제는 뒤를 돌아볼 때가 됐다. 자신의 삶이 생각보다 짧아질 수 있다고 느끼면 가족에 잘하고 주변에 감사하는 등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죽는 사람은 일정하기 때문에 장례 사업은 이제 크게 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죽음을 생각해 보는 것 이상으로 인성적으로 자신의 삶을 되짚어볼 방법이 없기 때문에 웰다잉 산업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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