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KB금융을 비롯한 주요 은행의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했지만 '노동이사제'가 도입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를 비롯해 국민 여론, 그리고 외국인 주주의 동의 등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의 '노동이사제' 찬성 입장에 대해 금융권에선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 아니냐고 분석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지분 9.79%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이날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KB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노조측 추천 사외이사 선임안건은 부결(의결권 있는 주식 찬성비율 13.73%)됐지만, 국민연금의 찬성 입장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KB금융을 포함해 주요 금융지주사의 단일 최대 주주로 향후 사외이사 선임 등 의사 결정 과정에 파급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노조 측은 부결 직후 "국민연금이 주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했다는 유의미한 부분에 주목해달라"며 "현재 지배구조 내부규정의 사외이사 추천 규정이 부정적이라고 본 국민연금 의결권심의위원회 결정을 존중해서 논의를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민연금의 '노동이사제' 찬성 결정은 지난 14일 투자위원회에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이 지난 7일 취임한 뒤 첫 투자위원회였다. 김 이사장은 국정과제를 총괄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전문위원 단장 출신이다.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상, 국민연금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의결권을 기금운용본부에 설치한 투자위원회에서 정한다. KB금융의 노동이사제 도입 찬성이 대표적이다. 반면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찬반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맡긴다.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해선 '찬반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로 보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렇다보니 찬성 배경으로 새 정부와의 국정철학 공유, 코드 맞추기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과 궤를 같이 한다는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노동이사제) 찬성 결정은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의 연장선상에서 해석이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측은 '의결권'행사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선 언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연금발 '노동이사제' 도입은 향후 금융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KB금융 뿐 아니라 BNK금융지주(12.52%), 하나금융지주(9.64%), 신한금융지주(9.55%), DGB금융지주(8.13%)의 단일 최대주주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지분율 역시 9.45%로 예금보험공사에 이어 2대주주다.
다만 국민연금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내 노동이사제가 당장 안착되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부분의 금융지주사들이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KB금융 지분 69%를 들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영향력이 상당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반대'를 권고했다.
외국인은 KB금융 외에도 하나금융지주 73%, 신한금융지주 69%, DGB금융지주 62%, BNK금융지주 50%, 우리은행 2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