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광연 기자] 미국에서 망중립성 원칙 폐지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국내에서 관련 논쟁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최근 5년여간 무선 데이터 사용량만 50배 증가한 현실을 감안할 때 트래픽에 따른 추가 비용 부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사업자 보호를 위한 망중립성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원활한 네트워크 환경 구축을 유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망중립성은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해당 망을 사용하는 인터넷 사업자의 데이터 내용이나 트래픽 양에 따라 차별 요금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한 환경을 제공해 동일한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현지시간 21일 미국 언론들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오바마 정부가 2015년 도입한 ‘망중립성’ 원칙을 폐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망중립성이 폐지되면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방대한 트래픽을 보유한 기업들은 인터넷망 사업자에게 막대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들이 트럼프 정부를 비난하며 망중립성 폐지 반대에 나선 이유다.
국내서도 2011년 해당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이후 2013년과 2015년 소폭 개정을 거쳐 망중립성 원칙을 유지되고 있다. 주부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이미 여러차례 미 정부의 폐지 여부와 상관없이 국내서는 망중립성 원칙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한바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
하지만 업계에서는 미 정부가 망중립성 폐지를 확정할 경우 국내서도 같은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가이드라인 제정 당시에 비해 데이터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현실을 반영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1인당 이동전화를 통한 무선데이터 사용량 5.05㎇로 1년전 3.84㎇에 비해 1.2㎇가량 늘었다. 2012년말에는 93.8㎆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 9개월만에 무려 54배 이상 급증했다.
유형별로는 동영상 시청이 52.8%로 가장 많았고 웹포털 17.5%, SNS 17.2% 순이다. 이동전화를 통한 데이터 사용에 대부분이 콘텐츠 사업자들의 서비스에 집중된 모습이다.
반면 통신망 관리는 여전히 이통사들이 전담하고 있다. 트래픽이 늘었다고 해서 해당 기업에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물인터넷이나 초고화질 영상 등 향후 등장할 신규 서비스들은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한다. 가입자에게 원할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이통사 입장에서는 인터넷망 업그레이드에 추가 비용을 계속 투입할 수밖에 없다. 이통3사는 매년 시설투자로 1조~2조원을 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통사들은 원활한 인터넷망 유지를 위해 인터넷 사업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통신비 인하에 따른 실적 부담이 커지면서 이통사만으로는 인터넷망 유지 관리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이통사 관계자는 “망중립성 취지에는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트래픽 증가에 따른 인터넷망 개선 비용을 인터넷사업자들이 어느 정도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국내 ICT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하지 않겠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내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이 이미 5년전에 만들어진만큼 급변한 인터넷 시장 환경을 반영해 어느 정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 전문가는 “미국이 폐지했다고 해서 우리도 없앨 이유는 없지만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유튜브 등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에게 그만큼의 추가 책임(비용)을 묻는 방안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