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민호 기자] 한·중 간 '10.31 사드 협의'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주장하는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를 두고 양국 간에 여전한 인식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2일 오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2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얼마 전 양측은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에 있어 일부 공통된 인식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 발언은 지난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제일 먼저 꺼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 측이 요구하는 단계적 처리는 '10.31 사드 협의'가 첫 단계이고 마지막 단계는 사드의 완전 철수일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중국의 단계적 처리 발언과 관련해 "양국이 인식차이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면서 이 상황을 잘 관리하자는 의미"라며 "중국이 쓰는 표현과 우리가 이해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우리가 말하는 '스텝바이스텝(step by step)'이 아니라 '현 단계에서(at the current state)'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사드 문제가 일단락된 것으로 이해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가자는 입장으로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단계적 처리와 관련해서는) 고위 당국자가 특파원들을 만나 설명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부는) 그것과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간 한국 외교부는 중국의 단계적 처리 발언과 관련된 입장 표명을 유보하다 지난 21일 "(10.31 사드 협의로) 사드 문제로 인해 더 이상 교류협력 등 양국 관계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면서 "이에 따라 양국 간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조속히 정상궤도로 회복키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사드와 관련해 중국 측의 부정적 기류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은 또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발언 관련 중국 외교부 보도자료.<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
왕 부장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가입하지 않고 한국에 임시 배치되는 사드는 중국의 안전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 한국의 입장 표명을 중시한다"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밝힌 이른바 '3불(三不)' 발언을 되짚었다.
그러면서 "말에는 믿음이 있어야 하고, 행동엔 결과가 있어야 한다(言必信 行必果)"면서 "한국 측은 계속해서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왕이 부장의 발언을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 보도자료와 별도로 다뤘다. 중국 외교부가 사드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한국 외교부가 발표한 한·중 외교장관회담 결과 보도자료에는 '사드'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한국 외교부는 "양 장관은 10.31 한·중 관계 개선 관련 협의 결과 및 최근 양국 정상 간 협의 내용을 성실하게 이행한다는 데 공감했다"고만 표했다.
한 중국 전문가는 "우리(정부)도 일시적인 봉합으로 사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지 않는 것 같다"면서 "따라서 언제든지 틈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드) 문제의 완전한 그리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뉴스핌 Newspim]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