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미국을 대표하는 억만장자 데이비드 록펠러(1915~2017)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이 마침내 공개됐다. 지난 3월 20일 101세를 일기로 뉴욕 자택에서 타계한 데이비드 록펠러는 “선대로부터 유증받은 미술품과 장식품, 아내(페기 록펠러)와 함께 모았던 컬렉션을 자선경매를 통해 판매해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유언을 남긴바 있다. 이에따라 2000점에 달하는 록펠러 가문의 가보와 부부의 컬렉션이 2018년 봄 크리스티 뉴욕 경매를 통해 새 주인을 찾아가게 된다.
생전의 페기 록펠러와 데이비드 록펠러 부부. <사진=크리스티 제공> |
크리스티는 ‘세기의 경매’로 기록될 ‘록펠러 부부(Peggy and David Rockefeller)의 컬렉션 자선경매’에 앞서 하이라이트에 해당되는 작품을 11월 24일 홍콩 완차이의 컨벤션센터에서 프리뷰 형식으로 공개했다. 오는 27일까지 딱 사흘간 열리는 프리뷰에는 인상파 회화와 현대미술, 중국 황금불상, 도자기 등이 포함됐다.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대로 록펠러 컬렉션에는 피카소, 모네, 마티스, 쇠라, 시냑, 마네, 고갱, 코로, 조지아 오키프, 에드워드 호퍼 등 쟁쟁한 작가들의 걸작이 다수 포함됐다. 또 각종 조각과 아시아 고미술품, 유럽 및 중국도자기, 예술가구와 장식미술, 진귀한 식기와 보석이 리스트에 올라 있다.
크리스티 경매는 홍콩에서의 프리뷰에 이어 영국 런던, 미국 로스앤젤리스에서 프리뷰를 개최하며 내년 봄에는 뉴욕에서 최종 전시를 열 예정이다. 그간 크리스티는 패션디자이너 입생 로랑,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유명인사의 소장품을 경매에 부쳐 큰 화제를 모았는데, 록펠러 부부의 유품 자선경매도 그에 못지않은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피카소 ‘꽃바구니를 든 어린 소녀’. 1905년작. 피카소 초기 로즈시대의 인물화다. <사진=크리스티 제공> |
이번 록펠러 커플의 자선경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피카소의 로즈(장미)시대 소녀 누드화다. 피카소의 초기 작품인 ’꽃바구니를 든 어린 소녀’(Fillette a la corbeille fleurie)는 1905년 완성된 희귀작으로, 보헤미안 소녀를 우수 어리게 표현한 작품이다. 애조 띤 느낌이 물씬한 이 그림의 추정가는 7000만달러다.
이 인물화에는 재미난 스토리가 전해진다. 1905년 명문가 남매인 레오와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이 이 누드화를 처음 수집했고, 1946년 거트루드 스타인이 사망하자 앨리스 토클라스(Alice B. Toklas)에게 넘어갔다. 토클라스는 21년간 그림을 보유하다가 타계했다. 1968년 데이비드 록펠러는 거트루드 스타인의 컬렉션을 넘겨받기 위해 수집가그룹을 결성했다. 회원들은 펠트모자 속 번호가 매겨진 종이를 하나씩 집어들었는데, 마침 페기 록펠러가 첫번째 작품인 피카소의 ‘꽃바구니를 든 어린 소녀’를 뽑은 것이다. 두 사람은 감격스런 마음으로 뉴욕 65번가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작품을 걸고, 평생 동안 즐겁게 음미했다.
앙리 마티스 ‘Odalisque couchée aux magnolias’. 록펠러 부부의 거실에 걸려 있던 작품이다. <사진=크리스티 제공> |
록펠러 부부의 컬렉션 중 마티스의 유화 ‘Odalisque couchée aux magnolias’ 또한 화가의 대표작 중 하나다. 1923년 니스에서 그려진 이 작품은 오달리스크 테마의 작품 중에서도 화려하면서도 자유분방해 마티스 작품 중 최고가 낙찰이 점쳐지고 있다. 추정가는 5000만달러.
클로드 모네의 1914~17년 작인 ‘수련’(추정가 3500만달러)은 뉴욕MoMA 초대 관장이었던 알프레드 바(Alfred Barr)의 추천으로 1956년 파리의 아트딜러 카티아 그라노프를 만나 구입한 작품이다. “늦은 오후 연못의 분위기가 환상적으로 묘사돼 즉석에서 결정했다”고 데이비드 록펠러는 회고록에서 밝힌바 있다.
록펠러는 아시아미술에도 관심이 많았다. 중국 강희제시대 아미타불. 추정가 40만~60만달러. <사진=크리스티 제공> |
홍콩에서의 프리뷰에는 중국 청나라 강희제(1662-1722) 시대의 장대한 황금 아미타불이 포함됐다. 정교한 장식과 빼어난 표현이 돋보이는 이 불상의 추정가는 40만~60만달러이다.
JP모건체이스 등을 산하에 둔 록펠러 가문은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지원했던 메디치(Medici) 가문에 비유되며 ‘미국의 메디치가’로 불려왔다. 데이비드 록펠러는 자신의 어머니가 초석을 놓았던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이사회 회장을 역임했고, 회장으로 있던 체이스맨하탄 은행에 미술관을 만들 정도로 예술를 사랑했다.
미주 크리스티(Christies)의 마크 포터 대변인은 "우리는 페기와 데이비드 록펠러 부부의 숭고한 뜻이 반영된 자선경매를 진행하게 돼 무척 영광스럽다. 많은 이들이 두 사람의 수집품을 즐겁게 감상하길 바란다. 크리스티는 오프라인 경매와는 별도로 온라인 경매도 시행할 예정인데 200달러 안팎의 다양한 아이템이 판매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