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일본의 대표적 기업 미쓰비시 그룹의 계열사 3곳이 품질 데이터가 조작된 제품을 거래처 270여곳에 납품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제품은 구리·알루미늄·고무링 등으로 자동차·항공기 등 산업계 전반에 사용되고 있어 '제2의 고베제강'사태로 낙인찍히는 형국이다. 보잉과 에어버스 등 글로벌 항공업체들이 사용부품에 문제가 없는지 자체조사에 나서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2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아키라 다케우치 미쓰비시머티리얼 사장은 이날기자회견을 열고 "자회사 미쓰비시알루미늄이 16개 거래처에 불량제품을 납품했다"며 "고객과 주주, 많은 여러분에게 막대한 폐를 끼치는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번 품질 데이터 조작이 발생한 자회사는 총 3곳으로 미쓰비시전선이 패킹재를 229개사에, 미쓰비시신동은 구리제품을 29개사, 미쓰비시알루미늄이 16개 거래처 등 각각 납품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거래처가 총272개사에 달한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은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그룹에 속한 비철금속 회사로,'군함도'에서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한 전범기업으로 알려졌다. 구리와 시멘트·초경공구·전자재료·알루미늄 등 다양한 산업 분야를 다루는 복합기업으로 연간 매출액 규모는 1조3000억엔대다.
미쓰비시전선공업은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고무 소재 'O-링'의 데이터를 조작해 출하해 왔다. O-링은 기름이나 물 등의 누설을 방지하는 제품으로 자동차, 항공기 등 산업계 전반에 걸쳐 폭 넓게 사용되고 있다. 기준 미달 제품이 출하된 가능성이 있는 고객사는 모두 229개사다.
미쓰비시신동은 자동차와 전자기기 등에 사용되는 구리 제품의 경도와 강도 데이터를 조작해 왔다. 29개 거래처에 기준미달 제품이 출하됐을 가능성이 있다.
미쓰비시알루미늄에서도 기준미달 제품이 출하됐다. 타케우치 사장은 이날 "고객사 16곳으로 부적합품이 출하됐다. 총 매출의 0.3%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내부 감사에서 발견해 제품의 출하를 중지하고 고객에게 설명을 이미 마쳤다. 모두 해결된 안건이지만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것을 감안해 오늘 공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데이터 조작 파문은 글로벌 시장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인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는 이미 자체조사를 시작했다. 보잉은 성명에서 "문제를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고, 에어버스 측은 "미쓰비시전선에서 직접 자재를 조달하지는 않지만 하청업체에 문제가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