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가 2년7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7.6원 하락한 1076.8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5년 4월 29일(1068.6원) 이후 최저 기록이다. 장중에는 1075.5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북한의 ICBM급 화성-14형 미사일 <사진=조선중앙통신> |
이날 새벽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원화 가치가 그 동안의 강세를 되돌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080원선을 하향 돌파했다.
장 초반 달러/원 환율이 일부 오르긴 했지만 대북 재료에 우리나라 시장이 민감하게 연동되지 않는 점을 확인했다. 이후 외국인 투자자의 달러매도를 중심으로 장중 저점이 깨졌다. 역외 매도세를 기반으로 역내에서도 강한 숏플레이가 나왔다.
중국인 단체관광 금지 해제도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 중국 당국은 27일과 28일에 걸쳐 관할 지역 내 여행사들을 소집한 회의에서 단체비자를 이용한 한국 여행을 허용한다는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한국 민간소비가 증대될 것으로 본 투자자들이 원화 강세에 베팅했다.
이날 당국의 매수 개입량은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역외 롱포지션 매물이 정리될 때까지 당국이 지켜보는 것으로 시장참가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내일인 30일은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있다. 시장의 컨센서스는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져 있다. 또 원화 강세에 보탬이 되는 재료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총재의 발언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 달러/원 환율이 많이 내렸기 때문에 반등할 가능성도 있지만 의외로 매파적인 발언이 나올 경우 달러/원 환율은 오늘보다 낙폭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내일 달러/원 환율은 1066~1076원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당국의 스무딩이 미미해 역외 주도로 하단을 더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