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전격 인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완화정도의 조정’을 시사한지 6개월 만이다.
금리인상은 곧 우리나라 경제 성장세가 회복기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긍정적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금융안정 및 투자를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30일 한국은행은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의 연 1.25%에서 1.50%로 상향 조정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준으로 2011년 6월(3.0%→3.25%) 이후 6년 5개월만이다. 한은은 2012년 7월(3.25%→3.0%)을 기점으로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준금리를 총 2.0%포인트 인하했다.
이번 인상에는 연 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성장률, 부동산정책 공조, 주요국의 금리인상 기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은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 10월 연간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상품 수출 및 설비투자 호조가 이어지고 있고 민간소비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내년에도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와 더불어 정부정책의 영향으로 민간소비 증가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인상이 가져올 여러 가지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소비와 투자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한은이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포인트 인상할 시 성장률을 0.05%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다. 대출이자가 높아짐으로써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민간은 소비를 줄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초강세를 잇고 있는 원화가치에 또 한번 강세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 전일인 29일 달러/원 환율은 장중가 기준으로 1075.50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1076.8원으로 마감해 2년 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원화강세에 기름을 부어 수출기업의 수익을 감소시킬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원화강세는 곧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하락 및 매출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환율이 10% 하락하면 수출은 0.54%p, 경제성장률은 0.72%p씩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가계부채 역시 부담이다. 이달 22일 한은이 발표한 '3/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41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1341조1515억원이다.
예금은행 잔액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65.8% 수준임을 감안해 0.25%p 가산을 적용하면 이자부담이 2조3000억원 증가함을 알 수 있다. 비은행 변동금리 비중도 예금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가정한 결과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상승 국면에 진입하면 한계가구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늘고 금융안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한은이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가계부채가 부실해질 수 있는 위험 가구는 지난해 3월 말 기준으로 126만 3000가구다. 전체 부채 보유가구의 11.6%에 해당한다.
또 한은은 대출금리가 0.5% 포인트, 1%포인트 오를 경우 고위험가구가 각각 8000가구, 2만5000가구 늘어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채무불이행 위험이 증대될 수 있다”며 “위험가구의 채무불이행이 늘 경우 가계의 부실이 실물시장으로 전이되고 경제 전반에 위기로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