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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 ① '거수기 오명' 국민연금의 변신 성공할까

기사등록 : 2017-12-0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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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과 전문성 입은 '대주주' 국민연금의 필요성
"기업 간섭 우려 불식시킬 기구와 원칙 구성돼야"

[뉴스핌=김승현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장)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공언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다소 지지부진했던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투자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이 ‘주주로서의 정당한 역할 적극 수행’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게 될 경우 주식시장을 비롯해 기업지배구조에도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공적 연기금의 적극적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정당성과 기업 경영 간섭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 이에 정부와 업계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긍정적 효과를 위해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가 시급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자료=한국기업지배구조원>

◆ 스튜어드십코드, '코리아 디스카운트' 뿌리 뽑을까 

우리나라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15년. 금융위원회는 연초부터 기업지배구조원, 자본시장연구원 등과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려 그해 12월 공청회를 열고 초안을 발표했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수탁자 책임 정책 제정·공개 ▲이해상충 방지정책 제정·공개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지속 점검·감시 ▲수탁자 책임활동 수행에 관한 내부지침 마련 ▲의결권 정책 제정·공개, 의결권 행사내역과 사유 공개 ▲의결권 행사,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 보고·공개 ▲수탁자 책임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역량·전문성 확보라는 기관투자자의 책임에 관한 7개 원칙과 지침으로 구성됐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된 근본적인 배경에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다. 북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넘어 우리 기업들의 가치가 저평가된 기저에는, ‘재벌’로 대표되는 오너 일가로의 쏠림(strong ownership)과 그에 따른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한 지분을 들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주주로서의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거세졌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과정에서 제기됐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관련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고 평가됐던 합병 조건에 찬성표를 던진 과정이 논란이 됐다.

코드 도입에 대한 경제계의 속내는 불편하다. 큰 틀에서 도입의 정당성을 부정하지 않지만, 연기금을 통한 정부와 정치권의 경영 간섭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상장사협의회 등 관련 협회들은 코드 도입의 재고를 요청했다.     

또한 신탁법상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의무, 자본시장법상 규정(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 경영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결권 행사 내용과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그 사유 등을 공시) 등 이미 현행법에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의무(fiduciary duty)가 명시돼 있다는 점도 반대 근거다.  
   
그러나 당국과 학계·업계 일각에서는 기존 법령만으로는 ‘거수기’ 노릇에 불과한 현재 기관투자자들의 행태를 바꾸기가 쉽지않아 실질적인 기업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능후 장관은 지난 1일 열린 제7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연기금들은 사회적 책임투자를 늘려가고 있고, 장기적으로 볼 때 건강한 기업이 수익성도 좋다는 게 세계적인 인식이기 때문에 흐름에 맞추어 공공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정책연구본부장은 “기업 관련 스캔들과 주주가치 하락으로 인한 연기금, 운용사 등 기관투자자의 손실 확대, 그에 따른 한국 자본시장의 정체와 국제적 신뢰도 및 위상의 저하가 불가피하다”며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투자 손실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총에서 반대 투표를 행사하거나 투자대상 회사와 대화나 주주 제안에 나서기를 꺼리는 등 주주활동에 극히 소극적”이라고 진단했다.

◆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성공의 키워드, 독립성과 전문성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커졌지만, 경제계와 연금 가입자 모두에게 걱정거리가 있다. 경제계는 연기금을 통한 정부와 정치권의 기업 경영 간섭과 '연금사회주의'를 의심한다. 연금 가입자 입장에서는 수단과 목적의 전도에 따른 연금 수익률 악화 가능성을 우려한다.     

박능후 장관은 “기업이 볼 때 정부가 간섭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불식할 수 있는 기구와 원칙을 만드는 게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우리 노후자금인데 수익성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라는 우려를 할 수 있지만 건강한 기업이 장기 수익도 좋다는 외국의 사례를 반영해 불안을 씻을 수 있는 방안인 독립성 확보, 전문성 강화라는 내부 거버넌스를 잘 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4년 우리보다 먼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일본은 우리와 유사한 점이 많아 좋은 벤치마크가 된다. 일본은 주식시장 내 외국인 비중이 높다는 점, 기업지배구조가 분산 소유가 아니고 후진적이라는 점 등에서 산업구조와 자본시장 관행이 우리와 비슷하다.  

일본도 국민연금(GPIF)이 코드 도입을 주도했다. 도입 이후 투자대상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됐고, 사외이사 비중이 증가하며 지배구조의 개선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2014년과 2016년을 비교했을 때 자사주 매입 기업수는 540개에서 753개로, 매입액은 140% 각각 증가했다. 배당성향도 26%에서 34%로, 배당수익률은 1.6%에서 2.1%로 각각 늘었다. 배당성향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다.      

당국과 업계 모두 코드 도입의 선결 조건으로 연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주문하고 있고 전문가들도 그 필요성에 공감한다. 나아가 이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송민경 본부장은 “해외에선 정치권이나 정부가 연기금 자산에 대해 특정 목적을 갖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문화”라며 “일부에선 연금사회주의라는 말이 나오는데, 기금은 자산 수익의 장기적 극대화를 위해 운용해야 하며, 장기 관점에서 필요한 경우 목소리를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개입 우려가 있다면 이를 최소화를 해야 하며, 이 같은 문화 정착을 위해서라도 도입에 대한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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