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고 선언한 이후 세계의 리더들이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 등 아랍국가는 물론 교황까지 비판에 가담해 주목된다.
아랍 국가들은 다음 주 터키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이슬람 국가들 차원의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7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이스라엘 국민과 자신의 국내 정치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
유럽과 중동의 모든 중요 동맹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반대하고 있는 데다가 이번 결정으로 이란을 겨냥한 이스라엘과 아랍의 수니파 국가 간의 암묵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기 어렵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이 미국이 중재하는 이스라엘과의 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고, 예루살렘이나 중동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형국을 우려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지위를 인정하면서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이번 결정이 오히려 2국가 해법을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경고다.
2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양측이 1967년 제 3차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각각 독립된 국가를 건설, 더 이상 분쟁을 일으키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것이다.
CNN 뉴스는 세계의 리더들의 반응을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트럼프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 예루살렘의 지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협상에서 해결돼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예루살렘 전체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국제사회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우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에서 “예루살렘의 현 상황이 유지돼야하고, 불필요한 충돌을 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상황과 관련한 깊은 우려에 대해 침묵할 수 없다“며 ”모든 사람들이 유엔 결의안에 따라 예루살렘의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헌신하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평화전망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일방적 조치“라고 미국의 결정을 비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예루살렘은 양측의 합법적인 우려를 고려해 안보리와 유엔총회 결의안을 토대로 양측이 직접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할 마지막 단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2국가 해법에 대한 대안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길 원한다"며 "플랜B는 없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독일 등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들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와 유럽은 2국 해법에 대한 지지를 약속한다”며 모든 당사자들에 폭력을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