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문재인 정부가 기존 정부 중심의 기업구조조정 틀을 보강한 시장 중심의 업그레이드판을 내놨다. 공적부담이 발생하는 국책은행 중심과 산업생태계 고려가 미흡한 금융논리 중심은 산업 뼈대를 바꾸는 과정에 부작용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채권단 주도의 자율협약·워크아웃 등 기존 구조조정 방식과 더불어 내년 상반기 1조원 규모의 공공·민간 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8일 정부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새로운 구조조정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구조조정의 액션전략은 단순한 재무적 관점에서 부실을 정리하는 방식이 아닌 산업·기업 구조조정의 기본 틀을 전환하는 방안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스핌 DB> |
따라서 이날 회의에서는 부실 예방 및 사전 경쟁력 강화, 시장 중심, 산업·금융 측면의 균형이라는 쓰리트랙 전략이 제시됐다.
먼저 부실징후 이전 단계로 산업진단시스템을 통한 사전적 구조조정 체계가 가동된다. 주요산업 관련 유관부처가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글로벌 업황, 국내경쟁력 수준, 리스크 요인들을 정기적으로 분석하게 된다.
또 산업내 주요기업에 대한 재무상황, 경영여건, 리스크 요인은 금융감독원 협조로 정기조사가 이뤄진다. 정부는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연구개발(R&D) 투자 및 금융지원 등을 통한 설비·기술경쟁력 강화, 선제적 사업재편 유도 등 산업차원의 선제적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한다.
무엇보다 기업활력법을 통한 선제적 사업재편도 유도한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시장에 우려가 큰 부실기업을 처리하는 방안으로는 채권단 주도의 자율협약·워크아웃 등을 포함해 자본시장·회생법원을 적극 활용키로 했다.
다만 일반적인 기업 구조조정은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부실징후기업(C·D등급)은 워크아웃·자본시장·법원절차로 추진한다. 특히 부실기업 처리에 있어 공공·민간 매칭을 통해 구조조정 펀드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구조조정 기업 매수 등 자본시장 역할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내년 상반기 정책금융기관과 민간매칭을 통한 1조원 조성을 추진한다. 이후 상황에 따라 추가조성이 검토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위한 경영실태평가 항목이 엄격하게 관리된다. 구조조정 기업의 매수·매도를 지원하는 플랫폼도 구축해 투명한 시장 공개가 이뤄진다.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한 구조조정 기업의 경우는 한도성 여신(당좌대출·할인어음·무역금융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도 신설된다.
회생 가능한 기업에 대해서는 채무조정뿐 아니라 신규자금 지원도 가능한 P-플랜(Pre-packaged Plan)도 활성화한다. P-플랜은 채권단이 마련한 사전 회생계획안을 법원이 신속히 인가할 수 있는 제도다.
산업과 금융논리는 균형추를 두도록 했다. 채권단은 정확한 실상 파악을 위한 현안기업 회계실사를 실시한다. 재무실사 결과 등 관련정보는 관계기관 등과 공유된다. 이후 외부컨설팅 등을 통해 현안기업의 경쟁력, 산업생태계, 업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다양한 대안이 제시된다.
그 다음 순서로 주요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이 진행되며 채권단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최종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정부는 현안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점검하고 고용·지역경제 등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식이다.
이 밖에 산업은행은 기존 관리위원회를 민간 중심 체제로 개편하고 수출입은행에는 관리위원회가 신설된다. 출자기업 관리는 해당 국책은행이 담당하되, 철저한 관리책임 부여 및 신속매각을 위한 면책(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구조가 마련된다.
김동연 부총리는 “내년 상반기 민간과 정부가 매칭하는 1조원 규모 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하겠다”며 “조선업의 경우 내년 초 조선업 혁신성장 방안을 내놓고 일부 중견조선사는 외부 컨설팅을 거쳐 빠른 시일 내에 처리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자료: 기획재정부) |
[뉴스핌 Newspim] 이규하 기자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