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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사회·정치와 만났다…라틴아메리카 현대 작가들의 '미래 과거를 위한 일'

기사등록 : 2017-12-1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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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2017, 조각 설치, 가변크기, 장소 특정적 버전 서울시립미술관 커미션(왼쪽) <둥글게 돌기>, 2012-2014, 비디오, 5.1채널 사운드, 25분 37초 <과정>, 2011, 드로잉과 사진, 160 x 58<사진=서울시립미술관>

[뉴스핌=이현경 기자] 라틴아메리카 현대 미술가들의 이념적 아방가르드 예술을 만난다. 지형학적, 문화권적 맥락을 넘어 예술이 사회적·정치적 문제와 교류하는 과정을 표현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미래 과거를 위한 일'이 12일 개막했다. 이 전시는 비서구권 전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14년 '아프리카 나우' 전시도 열었다.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은 "이번 전시는 라틴아메리카의 어떤 나라를 지목하는 건 아니다. 우리 내부에서 아시아라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그 중심에서 독자적인 소리를 찾아가는 방법을 에둘러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기영 학예연구부장은 전시 주제를 '미래 과거를 위한 일'로 정한 이유도 밝혔다. 그는 "이번 전시는 문화권역을 정형화하는 시간과 맞물려있다. 과거의 편린들이 미래로 이어지지 못한 역사,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며 개입하는 미래, 그리고 과거에 없던 요소가 창출될 현재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술의 사회적, 정치적인 역할과 의미뿐만 아니라 다른 시각으로 실질적인 미술의 작동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권진 큐레이터, 백기영 학예연구위원장, 카를리나 카이세도, 후안 페르난도 에란, 라에네 관계자, 갈라 포라스-김, 라우라 우에르타스 밀란이 12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미래 과거를 위한 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사진=이현경 기자>

이번 전시를 맡은 권진 큐레이터는 "총 13팀의 작가가 전시에 참여했다. 돌아가신 분도 있고, 한국 작가도 한 팀있다. 작품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한국에서 작품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걸 지원하고자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진 큐레이터는 "이 전시에서 하고자하는 이야기는 남미의 아방가르드적인 움직임이다. 전시가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게 아니라, 정체성을 발현하고 작품을 들여다보기 위해 사회적 맥락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라고 덧붙였다.

전시장 입구서부터 작가들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척추'라는 작품은 후안 페르난도 에란의 조각 설치 작품이다. 이는 콜롬비아 메데인 빈민가 지역에 실제로 존재하는 거주지의 형태를 그대로 모방하여 제작된 작품이다. 콜롬비아는 국가가 공공재를 만들지 않아 마을 사람이 직접 모여 마을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을 만들었다. '척추'는 계단 모형의 거푸집이다. 메데인 마을 주민들은 자연의 형태 그대로를 유지하기 위해 훼손 없이 계단의 모양을 디자인했다.

카를리나 카이세도의 <가둘 수 없는>, 2017, 손 염색 낚시그물, 납추, 철판, 나바요 돌맹이, 자궁 내 피임기구, 실, 로프, 160 x 47.5 x 47.5 cm <사진=이현경 기자>

카를리나 카이세도의 설치작품도 눈길을 끈다. 그는 주로 '물'과 관련한 작품을 많이 펼쳤다. 그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는 카이세도의 프로젝트 'Be dammed'는 댐 건설과 같은 라틴아메리카 지역 개발이 원주민 공동체와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 항의와 통제를 다루면서 인간과 자연의 분리, 공동체 파괴, 억압과 폭력을 조명한다.

'가둘 수 없는'은 현장 연구 과정에서 수집한 전통 방식의 수제 어망과 돌멩이, 각종 어구로 만든 조형물이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에서 쓰고 있는 재료를 모아 제작했다.

카를리나 카이세도는 '가둘 수 없는'에서 오브제를 낚시 그물 사용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댐과 그물은 정 반대의 면을 취하고 있다. 댐은 거대한 구조이며, 물의 흐름을 막는다. 마치 기업의 활동과도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그물은 구멍이 뚫려있어서 물이 통과할 수 있고 사람이 손으로 만들어지며 식량주권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다. 낚시 그물은 우리 사회가 더 수평적으로 존재하는 의미로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갈라 포라스-김의 <미래의 돌을 위하여/유물 투사하기>, 2014, 종이에 흑연으로 드로잉, 플렉시 글라스, 펠트 펜, 000 x000x 00 cm, 작가와 LABOR 제공 <사진=서울시립미술관>

멕시코의 나바로 가족인 '토착민' 여성상을 다룬 라우라 우에르타스 밀란의 영화 (30분) '자유', 한국의 무형문화재인 '살풀이'를 실연하는 무용가의 그림자만 촬영한 갈라 폴라스 김의 '근육 기억'에서는 원형의 모습 그대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화적 가치를 살펴볼 수 있다.

한편 13~14일에는 이번 전시연계행사로 '작가와의 대화'가 준비돼있다. 카롤리나 카이세도, 갈라 포라스-김, 라우라 우에르타스 밀란, 후안 페르난도 에란, 라에네, 파트타임스위트이다.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과 1층 전시장 입구에서 진행된다. '미래 과거를 위한 일'은 내년 3월4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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