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범준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군 '댓글공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구속을 면했다.
이명박 정부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3일 새벽 "객관적 증거자료가 대체로 수집됐고, 주요 혐의 사실에 대한 피의자의 역할 및 관여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김 전 기획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강 판사는 "관련된 공범들의 수사 및 재판 진행 상황,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를 구속할 사유와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기획관은 지난 MB 정권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에 정부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등의 정치관여 활동을 할 것을 지시한 혐의(군 형법상 정치관여)를 받는다.
또 지난 2012년 7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군 사이버사에 군무원을 추가 투입하면서 친정부 성향 기준으로 선발하도록 신원조사를 실시하고, 호남 지역 출신을 배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도 있다. 대통령 기록물 문건 등을 무단으로 유출해 보관한 혐의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지난달 28일 김 전 기획관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피의자 신분 소환 조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오전 10시15분께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오늘 어떤 점 소명할 계획이냐", "이명박 전 대통령 바레인 출국 전에 왜 만났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굳은 표정과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 전 기획관은 MB 정부 시절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기획관 등을 지내며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으로 통한다.
이날 김 전 기획관의 영장 기각으로, 법조계에서는 이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에 제동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의 영장 기각에 검찰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즉각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기획관의 범죄가 중대하고 범행을 부인해 객관적 기준에 따라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영장 판사는 영장을 기각했다"며 "이는 김 전 기획관이 청와대 안보라인의 핵심 참모로 다른 공범들에게 정치관여를 적극적으로 지시해 그 책임이 무거운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자체로 중대범죄인 군사기밀 등 유출에 대해서는 구속 사유로 별달리 고려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등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지나달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