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민선 기자] "혹시나 하고 샀는데 이렇게 됐네요."
요즘 직장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게시판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제목들. 클릭해보면 원금 1000만원이 불과 몇개월 새 수억원으로 '둔갑(?)'한 계좌의 캡쳐 화면이 뜬다. 그 뒤로는 축하와 부러움, 감탄이 섞인 댓글들이 등장한다. 혹자는 '곧 들어가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공감을 대신한다.
누군가 이미 엄청난 수익을 거뒀고, 누군가는 내가 고민하는 지금도 그 행렬에 뛰어들어 수익을 낸다. 나만 소외돼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내면 깊숙히 숨겨졌던 과감함은 나를 '툭' 건드린다.
솔깃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숨이 차오를 정도로 가파르게 뻗어가는 기세는 환상적인 '라인'을 자랑한다. 나는 왜 저들처럼 뛰어들지 못했는가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에 직면하는 순간, 이번에야 말로 스스로를 가둬놨던 틀을 깨고 뛰어들어야 한다는 비장함이 생긴다.
신라젠은 올해 수많은 투자자들의 그것을 '툭' 건드린 주식이었다. 연초 대비 11월 고점까지 달성한 수익률이 무려 1053.8%. 게다가 그중 상당 부분을 끌어올리는 데는 석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내 옆자리에 앉은 대리가, 친구의 대학동기가 신라젠으로 차 한대 값, 집 한채 값을 벌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내면의 그것은 요동친다.
그리고 비트코인. 디지털시대에 가상화폐가 지닌 가능성이라는 화려한 뼈대에 연간 20배 넘는 수익률이라는 옷이 덧입혀지자 투자 열기는 광풍 수준으로 몰아친다. 사회, 정치, 경제 할 것 없이 각 분야에서 비트코인 관련 뉴스가 수천건씩 쏟아지고, 규제 이슈가 본격화되자 요동치는 시세 앞에서도 투자 열기는 보란듯이 뜨겁다.
신라젠과 비트코인. 누군가에게 인생에 다시 없을 큰 기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내재 가치와 가능성 등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뜨거운 열기 속으로 뛰어드는 순간 떠안게 되는 하락에 대한 공포는 투자 대상에 대한 이해없이 쉬 사라지지 않는 그림자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라젠 주가는 11월 21일 이후 15거래일만에 45% 가량 떨어졌다. 15만원대를 육박하던 그 때에도 누군가를 향해 투자를 부추기던 흔적들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게시판을 도배했던 '갓라젠'은 '팔라젠'으로 바뀌었다. 그때도, 지금도 신라젠은 변함없이 임상 3상 성공을 바라보며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데 말이다.
"모르는 것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던 한 슈퍼개미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가상화폐에 대해 공부를 마치고 나니 가격이 너무 올라 살 수 없었다고 했다. 과연 그는 엄청난 기회를 놓친 것일까.
신라젠과 비트코인은 어쩌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잠재력으로 가능성을 키워가고 세상을 뒤바꿀 만한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는 지도 모른다.
다만 본질 가치를 뒤로 한 채 일확천금의 유혹만으로 일관한 비정상적 과열 앞에서 조금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독일 한 작은 도시의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었던 '피리부는 사나이'가 자신을 따라오던 아이들을 데리고 어느날 갑자기 마을에서 모습을 감춰버렸듯, 비이성적 광풍에 우리의 모든 것을 내걸 순 없으니 말이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