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현 기자] P2P(Peer to Peer, 개인간 거래) 대출 가이드라인의 시효 만료를 앞두고 업계와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대출한도 규제 완화 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금융당국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당국은 기본적으로 P2P가 본래 취지와 달리 부동산 PF가 지나치게 활성화된 데에 초점을 맞추고 오히려 규제를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 더욱이 대출한도 규제 완화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 P2P금융협회는 최근 금융당국에 P2P대출 가이드라인과 관련한 업계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개인대출 투자한도 완화, 자기자본 대출 허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는 지난 2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개인 투자자의 투자 한도를 1000만원으로 한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 업계에서는 가이드라인 시행 당시부터 대출 한도가 너무 적어 업계 성장 저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 P2P업체 대표는 "가이드라인 투자 한도가 1000만원으로 정해지면서 고액 투자자가 이탈했고, 그때부터 성장이 더뎌졌다"면서 "가이드라인의 수정은 반드시 필요하며 업계의 의견을 잘 들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업계 희망과 달리 당국의 입장은 명확하다. 현재로서는 대출 한도 규제 완화는 전혀 검토 사항이 아니며, 오히려 부동산 PF와 관련된 부분은 규제를 강화하는 안도 검토 중이라는 것.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P2P대출한도 규제를 완화할 거라는 얘기가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며 당국에서는 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며 "오히려 P2P가 본래의 취지와 달리 부동산 PF만 활성화시키는 것 같아서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P2P대출에 대한 법제화가 진행될 예정인데, 법제화에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는 만큼 그 전에 규제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가이드라인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P2P대출이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기 어려운 창업자들에게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대출해주는 본래의 취지는 상실한 채, 부동산 담보대출과 부동산 PF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P2P 금융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협회 회원사들의 누적 대출액 1조6516억원 중 부동산 담보대출(4300억원)과 부동산 PF(5553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했다.
최근 P2P업계의 연체 사고 등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P2P업체 펀듀는 홈쇼핑 업체 대출 상품을 운영하면서 90%에 달하는 연체율을 기록해 협회 회원사에서 제명당하는 일도 있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달 초 혁신창업 간담회에서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P2P업체 대표들에게 "성장과 규제의 조화가 필요하긴 하지만 최근 P2P는 부동산 지원에 상당부분 몰려있는데다 부실도 많이 일어나 규제완화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년 가이드라인 연장과 법제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와 의견을 나누고 있긴 하지만, 최근 부실 사태 등으로 인해 규제 완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금융감독원과 협의해 안을 더 만들어 보겠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