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본격화 되면서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은행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새해부터 가상화폐 거래소와 연동되는 은행 계좌에 본인 확인 및 1인 1계좌 등 정부 가이드라인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은행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가상화폐 거래소는 아예 영업을 못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은행들이 가상화폐 관련 사업을 중단하는 등 ‘변심’하기 시작했다는 것.
14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본인확인 시스템을 구축하던 은행들의 태도가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가상화폐에 대한 투기 논란이 커지자 자칫 유탄을 맞을 수 있다고 판단한 은행들이 시스템 검수를 중단하거나 보류했다.
현재 가상화폐 관련 본인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은행은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광주은행 총 6곳이다. 이중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은 가상화폐와 관련된 사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은행도 신중한 태도로 바뀌었다. 일부 은행은 시스템 검수를 뒤로 미루고 정부 방침 및 타 은행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가로 중단을 선언하는 은행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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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 입장에서는 이런 은행의 ‘변심’이 당혹스럽다. 주식처럼 거래되는 가상화폐 특성상 은행 계좌와의 연동 없이는 신규 회원은 물론 투자자로부터 입금 받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이제 기존 시스템으로 운영 가능한 것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는데, 은행들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보류하거나 잠정 중단하면서 사업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정부의 규제 방침에 대해 과도한 눈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본인인증 시스템에 대해 관여하기 쉽지 않다는 게 더 문제다.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가이드라인은 모두 은행의 시스템 구축에 맞춰져 있다. 그렇다보니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자원은 모두 각 은행이 부담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내년에 오픈이 예정된 차세대 정보시스템 구축을 이유로 본인확인 시스템 구축에서 빠지기도 했다.
은행이 일방적으로 시스템 구축을 미루거나 중단하더라도 가상화폐 거래소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거래규모나 회원의 수로 봤을 때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전제한 후 "보수적인 은행권이 가상화폐 투기 논란 및 정부 규제 등을 리스크로 봤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3일 외국인 계좌, 미성년자 계좌 금지 등의 가상화폐 규제방안을 내놓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사업을 아예 중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발표를 두고 내부적으로 관망하는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