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중견 건설사들이 지방에서 신규 아파트 분양에 잇달아 나섰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택경기가 한풀 꺾이자 서울보다 지방의 시장 상황이 크게 악화된 양극화 현상 때문이다. 게다가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투자자 유인이 쉽지 않은 상태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코오롱글로벌과 라온건설을 비롯한 건설사들이 지방에서 분양에 나서 미분양 주택을 대거 떠안았다.
우선 코오롱글로벌은 지난주 경상북도 안동시 수상동에 짓는 ‘안동 코오롱하늘채’를 분양했다. 총 421가구로 이 중 37%인 155가구가 청약 미달했다. 전매 제한이 없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안동에서 공급한 양우종합건설의 ‘안동 송현 양우 내 안애’가 청약 2순위에서 접수 마감된 것과 비교해도 부진한 성적이다.
이 단지는 코오롱글로벌이 올해 선보인 ‘마수걸이’ 아파트다. 작년 12월 분양한 ‘청주 흥덕코오롱하늘채’도 청약자 모집에 실패한 이후 1년 만에 분양 시장에서 명예회복을 노렸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청주시 흥덕구에 짓는 이 단지는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총 122가구 모집에 106가구가 미달했다.
계약률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청약 경쟁률이 낮으면 프리미엄(웃돈)이 거의 형성되지 않아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라온건설은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에 조성하는 ‘인제 라온프라이빗’ 분양에 실패했다. 분양가구 329가구 중 절반 정도인 152가구가 남았다. 217가구 모집한 전용면적 84㎡에 청약자가 60여 명에 그쳐 청약률 부진의 주범 역할을 했다.
계약 즉시 전매가 가능하다. 분양가는 1억7660~2억4760만원. 오는 2020년 3월 입주 예정이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집중하던 서희건설도 '목포서희스타힐스' 분양에 된서리를 맞았다. 전남 목포시 석현동에 짓는 목포서희스타힐스는 일반분양 311가구 중 216가구가 남았다. 이 지역에 투자수요가 적어 청약률이 부진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일반분양 청약률은 부진했지만 조합원 모집으로 앞서 1000여가구가 계약돼 사업 진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출과 청약 규제를 잇달아 발표하자 주택 수요층이 관망세에 들어갔다. 투자자뿐 아니라 실수요자이 줄어든 상태다. 장기적으로도 집값 상승에 대해 기대감이 떨어져 지방의 분양단지가 직격탄은 맞았다.
게다가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경우는 상황이 더 나쁘다. 아파트 브랜드는 집값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비슷한 지역에서도 온도 차가 크게 엇갈리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견 건설사가 향후 분양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커졌다.
코오롱 하늘채의 경우 그룹 계열건설사라는 점에서 일정부분 브랜드 수혜를 받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택공급 실적이 거의 없어 대기업 브랜드의 잇점도 잃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견 건설사 분양사업팀 관계자는 “지난 8월 이후 지방에서는 신도시, 혁신도시와 같은 대형 호재가 없는 지역은 분양에 고전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며 “미분양 주택이 계속 늘어나면 내년 신규 아파트의 공급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