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삼성전자가 내년 자체 개발 인공지능(AI) 스피커 출시를 앞두고 자회사 하만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만은 100달러(10만원) 미만부터 400달러(43만원) 수준까지 다양한 가격대에 AI 스피커를 선보였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인수한 전장업체 하만은 '인보크', '링크', '얼루어'를 판매 중이다. 세 제품은 지난 8월 말 열린 유럽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17'에서 소개한 것들이다.
각각 AI를 구동하는 두뇌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타나',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를 적용했다. AI 스피커 시장에 먼저 뛰어든 3사와 손잡고 개방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여러 제품을 한꺼번에 내놓은 만큼 가격 다양성도 갖췄다. 가장 저렴한 제품은 149달러(16만원)인 '링크10'이다. 링크 라인업 중 휴대용 스피커로 야외에서 5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이보다 사용 시간이 2배 더 긴 '링크20'과 인보크는 199달러(21만원)로 책정됐다
왼쪽부터 AI 스피커 인보크, 링크, 얼루어 <사진=하만 홈페이지> |
200달러 이상의 고급화 제품들도 있다. '링크300'과 '링크500'은 각각 249달러(27만원)와 399달러(43만원)로 프리미엄 사운드를 무기로 내세웠다. 중저음역을 내는 우퍼와 고음역대를 맡는 트위터가 AI 스피커에 더해졌다.
249달러(27만원)인 얼루어 역시 스피커 내부에 장착된 서브우퍼로 360도 입체감 있는 소리를 낸다. 또 4개의 내부 마이크로 멀리 떨어진 소리를 포착해 사용자 목소리에 대한 인식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가격 할인을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도 진행 중이다. 인보크는 50% 할인한 99달러(10만원)에, 링크10과 링크20은 20% 할인한 가격에 판매 중이다. 링크300도 249달러(27만원)에서 199달러(21만원)로 가격대를 낮췄다.
AI 스피커 시장은 이미 가격 경쟁이 점화된 상황이다. 아마존 에코는 출시 초기 200달러(21만원) 수준이었으나 이후 99달러(19만원)까지 내려왔고, AI 스피커에 화면이 달린 최신 제품 '아마존 에코쇼'는 229달러(24만원)에서 199달러(21만원)로 낮춰 판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스피커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에 시장이 열리자마자 가격 경쟁이 시작된 측면이 있다"며 "이에 고급형부터 저가형까지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자체 개발 AI 빅스비를 탑재한 스피커를 출시한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AI 스피커에 대한 큰 그림은 나왔고 1년 안에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며 "아마존, 구글과는 경쟁자라기 보다 전략적 파트너로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여러 버전의 시제품을 통해 색상과 크기 등을 검토 중이다. 200달러(21만원) 수준으로 빅스비를 통해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나 TV와 연동될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전 세계 AI 스피커 시장 규모가 2016년 말 3억600만달러(3400억원)에서 2020년 21억달러(2조4200억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 평균 42.3% 성장해 소비자 4명 중 1명이 2개 이상의 AI 스피커를 이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는 집 안팎에서 음성으로 여러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고, 제조사는 사물인터넷(IoT) 생태계의 허브를 확보하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만 "AI 스피커의 구체적인 출시 시기나 가격은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하만 AI 스피커 ‘인보크’. <사진=하만 홈페이지> |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