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지나 기자] 국내 지주사들이 계열사에서 받는 상표권 수수료가 내년에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일정요율을 곱해 받는 데 지주사 계열사들이 대부분 매출액을 늘려잡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수수료 징수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지주사와 갈등이 불가피하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기업 상표권 수수료 불공정 수취 여부를 조사중이다. 상표권 수수료 수익 규모와 산정기준, 공시 유무 등을 포함한 실태조사에 나서 이르면 다음 달 마무리할 계획이다.
신동열 공정위 기업집단국 공시점검과 과장은 "1월쯤 실태 파악 후 제도 개선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문제점이 발견되면 상표권 수수료 관련 공시 개선안을 만들어 제도 정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이같은 실태조사에도 불구 대기업 지주사들의 내년도 수수료 정책은 올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뉴스핌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대기업 집단 상표권 수수료 공시를 분석한 결과 LG의 상표권 수수료 규모는 올해 2543억원에서 내년 2761억원으로 오히려 218억원 늘 것으로 나타났다.
LG그룹에서 가장 규모가 큰 LG전자는 내년 LG에 지급하는 상표권 수수료가 올해 1066억원에서 1118억원으로 52억원 증가한다. LG디스플레이 역시 487억원에서 537억원으로 50억원 늘고, LG화학은 423억원에서 499억원으로 76억원 증가한다.
기존 상표권 수수료율에는 변화가 없지만 올해 LG 계열사 매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지주사의 상표권 수수료 수익도 덩달아 늘 것을 반영했다. 현재 LG그룹의 상표권 수수료율은 매출액에서 광고비를 제외한 것의 0.2%다.
GS그룹은 상표권 수수료 규모를 올해 수준으로 유지한다. GS건설과 GS칼텍스, GS리테일 등에서 수수료를 거두고 있는 GS의 내년 상표권 수수료 수익 규모는 676억원이다. 올해 672억원보다 4억원 정도 늘었다. GS그룹 역시 LG와 같은 0.2%의 상표권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상표권 수수료 수익은 올해 1061억원에서 내년 975억원으로 86억원 감소한다. 계열사 상표권 수수료 수익 공시 대상에서 한화투자증권과 한화테크윈이 빠졌기 때문이다.
한화 관계자는 "수익 규모가 50억 이상일 때 공시를 하고 있는데 한화테크윈은 올해 물적분할을 하며 공시 대상에서 빠졌다"면서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예상 수익 규모가 줄며 거둬들이는 상표권 수수료가 50억원에 미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현재 상표권 수수료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충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회계사는 "상표권 수수료 기준을 모든 기업에 일반화 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특별한 근거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기준을 산정해 지주회사가 계열사로부터 수익을 가져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지주회사 관계자는 "기업들은 현재 정부가 만든 공시 기준에 맞춰 상표권 수수료 공시를 투명하게 하고 있다"면서 "같은 브랜드라고 하더라고 제조업과 소매업 사이에 브랜드 이용가치가 다 다른데 회사별로 수수료 공시 규정을 강화해 무슨 실익을 거둘 수 있을 진 따져 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