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정부기관에서는 ‘가상통화’, 블록체인 관련 업계에서는 ‘암호화화폐’,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똑 같은 대상을 두고 부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달리 부른다.
왜 이런 차이가 벌어진 것일까. 전문가들은 내포한 가치의 차이 때문에 용어가 달라졌다고 본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공동대표는 19일 “가상통화라는 단어는 암호화화폐 뿐만이 아니라 전산상 존재하는 쿠폰, 마일리지, 맴버쉽 포인트, 게임머니 등 유사화폐를 총칭하는 단어”라며 “이는 뛰어난 보안기술로 존재하는 암호화화폐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산상으로 존재하는 일반적인 재화와는 달리 가상화폐의 핵심은 암호화 기술인 블록체인이라는 이야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하지만 정부 측은 가상통화라는 단어를 양보할 생각이 없다. 정부기관 관계자들은 국회에서 ‘가상화폐’에 대해 질문해도 ‘가상통화’로 고쳐 답할 정도로 완고하다. 정부가 화폐로서의 가치, 지급 및 교환 수단이란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가상’을 사용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법에서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은 한국은행뿐이라고 정했기 때문에 화폐라는 용어를 쓰는게 조심스러웠다”며 “또 일반적으로 가상통화에 대해 현금을 뜻하는 화폐를 붙이기에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가상화폐가 아닌 가상통화로 부르게 된 이유다. 투자자들은 이 ‘가상’이라는 단어를 차용하면서도 ‘화폐’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이는 투자자산의 현금성을 중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업계와 정부, 투자자들이 각기 보고 싶은 부분이 명칭으로 나타났다는 이야기다.
실제 이같은 현상은 해외에서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가상화폐의 명칭이 보다 다양하다. 외신을 살펴보면 디지털통화(digital currency), 가상통화(virtual currency), 전자화폐(cyber money)를 비롯해 가상화폐(virtual money)라는 명칭도 종종 사용된다.
좀 더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암호화통화(crypto currency)라는 단어다. 다만 암호화화폐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리 잡은 가상화폐라는 단어는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에 대한 투기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급격한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어서 가상화폐의 성격과 가능성에 대한 정의도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용어의 정리는 이런 가상화폐에 대한 사회적 판단이 마무리 된 이후에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