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정한 기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활동 기간이 이달 말 종료되는 가운데, 기간 연장을 놓고 여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쟁점은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시행 여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헌특위 활동기간 연장 결정에 앞서 자유한국당이 동시투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과 정의당 등 야권은 국회의 개헌안을 만들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1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에게 환호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 與 "동시투표 입장 정해라" vs 野 "국회 차원 논의할 것"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기준으로 개헌을 진행하고 있다. 동시 실시를 추진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분리 실시할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일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을 향해 "특위만 연장하자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고, 언제라도 한국당이 동시투표 입장을 정하면 즉각 재개하면 된다"고 압박하며 동시투표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반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한국당은 당론으로 개헌특위 활동 기간 연장을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강력하게 요청하기로 했다"면서 "개헌을 국회 차원 논의가 아닌, 문 대통령 개헌안으로 지선을 석권하려는 정치적 의도의 접근은 저지하겠다"고 반발했다.
◆ 문 대통령 바라보는 민주당, 권력구조 반영하려는 야권
한국당을 압박하는 민주당의 속내는개헌특위 종료 후 '다음 수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국당이 동시투표에 끝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개헌특위도 기간 만료로 자연스럽게 종료되고 해당 논의는 국회를 떠나 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는 모양새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정세균 국회의장도 최근 "국회가 내년 2월까지 개헌안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대통령에게 개헌안 발의를 먼저 요청하는 것도 불사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도 이미 정해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 주도하에 개헌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져 민주당의 강경 태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당은 어떤 방법이 됐든 국회를 거치지 않고선 개헌 논의가 완성될 수 없다는 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도 국회에서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기 때문이다. 121석을 가진 민주당으로선 야권 협조 없이는 개헌안을 처리할 수 없는 셈이다.
더군다나 한국당은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보다 기본권과 지방분권에 쏠린 민주당의 논의에 무게를 실어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권력 분산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없었는데 특위를 연장하지 않겠다면 개헌안은 어디서 마련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동시투표 하지 않으면 마치 개헌이 의미 없다는 것처럼 보이는데 민주당이 국회의 개헌특위 연장을 좌지우지할 권한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대통령중임제를 원하고 있는 반면, 한국당 등 차기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야권은 내각제나 혼합형과 같은 이원정부제를 선호하고 있어 서로 의견을 반영하려고 기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주도권을 뺐기고 싶지 않은 여당이 개헌특위를 접으려는 건 이런 논의를 계속하는 데 부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조정한 기자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