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겨레 기자] 국내 드론 산업은 농업, 택배 등 산업용 제품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하며 정부보다는 민간이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심현철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20일 서울시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주관으로 열린 '무인항공기 기술의 현주소와 추진 전략'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심현철 카이스트 교수가 20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드론 기술 현주소와 추진 전략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겨레 기자> |
심 교수는 세계 최대 드론업체인 중국 DJI를 예로 들며 민간이 드론산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JI는 프로펠러가 4개인 쿼드콥터 형태의 드론을 2013년 출시, 현재 전세계 민간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한 회사다.
그는 "DJI가 누구나 날릴 수 있는 소형 드론을 가지고 나오면서 기존 항공 무인기 중심의 드론 산업이 전자·정보통신 중심으로 바뀌게 됐다"며 "(국내 업체들은) DJI를 경쟁자로 생각하기 보다는 시장을 새롭게 연 개척자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서는 대학의 연구결과가 바로 산업체로 넘어간다. 이 속도가 굉장히 빨라 DJI는 6개월마다 신제품을 내놓는다"며 "정부가 견인해서는 이 의사결정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정부가 지원을 하되, 기업이 잘 하도록 맡겨야한다"고 덧붙였다.
심 교수는 아울러 "농업용, 택배용 등 산업용 드론은 지금 거의 등장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확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 드론 산업은 여기에 승산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정부가 산업용 드론 공공 부문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데 이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자금 여력이 없는 소규모 회사들은 정부만 바라보고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드론 산업이 규제에 막혀 성장하지 못했다는 통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심 교수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규제가 오히려 빡빡하고 국내 규제는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관민 한국드론협회 회장도 "지금 국내 드론은 더 빠르게 비행하도록, 더 높게 날도록 하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산업별 특성에 맞는 드론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드론을 욕할 것이 아니라 경쟁하고 벤치마킹도 해야한다"며 "국내에는 드론 관련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없고 제조사들도 영세업체가 대부분이다.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